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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un 02. 2022

캐나다 벌써 1년, 그리고 휴가

Life in Canada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지 1년. 캐나다에 온 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지나 온 1년을 뒤돌아봤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고 너무 일만 한 것 같았다. 돌이켜보니 이틀 이상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스케줄 근무 형식이라 하루 쉬고 다음 날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직원이 휴가를 가면 나에게 주어지는 스케줄은 더 많아졌다. '돈이라도 벌자'라는 마음으로 일만 했다. 하지만 조금씩 지쳐갔다. 살아간다는 느낌보다는 살아지고 있는 느낌. 삶의 생기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퇴근 후 영화를 보며 맥주를 한 잔 했다. 한국에 있는 대호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하는 통화라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야기 중 지나가는 말로 나는 말했다.


"캐나다 한 번 와야지?"


대호는 한참 말이 없다가 다시 내게 말했다.


"지금 코로나 규제들도 풀리고 있고,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거의 끝났어. 다음 프로젝트까지 시간이 좀 붕 떠서 휴가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대략 2주 정도."


여러모로 지쳐있던 나에게 단비 같은 말이었다. 대호는 내일 반장님께 휴가 컨펌을 받겠다고 말했고, 나도 사장님께 말해보겠다고 했다. 다시 시간이 흘렀고, 서로의 상사들에게 휴가를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캐나다에서의 첫 휴가였다. 대호와 함께.


봄이 오고 있다


이젠 지나가는 말속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 어려운 나이가 되었다.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랑 통화를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캐나다 여행으로 갈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친구들은 못 온다는 것을. 이 말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섭섭해하지 않는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막연한 해외여행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각자의 삶이 그들 어깨 위에 있다. 더 이상 나만 생각하고 선택을 할 수 없는 시기가 우리에게도 찾아오고 있다. 


캐나다는 코로나 규제가 거의 풀렸다. 입국 시 코로나 음성 확인서도 필요 없고 실내외 어느 곳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선택이다. 쓰고 싶으면 써도 된다. 그렇게 시작된 캐나다 여행. 우린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힐링이기 때문에. 서로 지난 1년 간 일만 했다. 엔지니어인 대호도 직업 특성상 배를 타고 몇 주동안 망망대해를 다녀왔어야 했기에 지쳐있었다. 우린 리프레쉬가 필요했다.


자연


우린 최대한 자연적인 분위기에서 쉬는 방향으로 계획을 했다. 산, 호수, 바람, 바다, 눈, 비 그리고 술. 최대한 무엇인가 안 하려고 노력했다. 자연 그대로의 여행. 2주 동안 이것이 우리의 이번 여행의 컨셉가 되었다. 


대호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고 렌터카도 예약했다. 점점 여행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 생각만 하면 괜히 심장이 뛰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행의 설렘이었다. 드디어 2주 앞으로 다가온 캐나다에서의 첫 휴가. 사장님께 전화 한 통이 왔다. 난 받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션(직장동료)이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네...."

"네...?"


역시 인생이든 여행이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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