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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un 06. 2022

역시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Life in Canada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뚝 떨어졌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막막해졌던 기억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2주 동안 격리를 했고, 이상 기온으로 인해 캐나다 기온이 45도까지 치솟을 때 선풍기 하나 없이 살아야 했었다. 버스가 파업을 해 비가 와도 자전거로 왕복 한 시간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고, 비 오는 연말에 혼자 술을 마시며 보냈었다. 이처럼 결과가 보이지만 선택하는 일들이 존재한다. 나에겐 캐나다의 삶이 그랬다.


잠기는 부분과 안 잠기는 부분이 공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전부 코로나에 걸렸다. 나와 사장님만 빼고. 무증상일까 해서 검사해봤지만 음성이었다. 그 결과 내가 나머지 사람들의 몫까지 일을 해야 했다. 휴가 전 2주 동안 하루 빼고 일을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곤이 내 몸안에 쌓여갔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내가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버틸 수 있었다.  


휴가가 다가워지자 코로나에 걸렸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복귀할 수 있다는 연락을 취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휴가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나는 다행히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년간 쌓인 피로를 2주 휴가로 풀 생각이었다.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예약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애매했다. 결국 밴쿠버 다운타운까지만 가는 버스를 예약했다.


휴가 첫날, 오랜만에 느끼는 여행의 설렘이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과 들뜬 마음이 알람 없이 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버스 시간에 늦지 않도록 1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코로나 규제가 풀려서 인지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법 보였다. 학생으로 보이는 그룹이 있었다. 캐나다인 한 명이 주도를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유학생 같았다. 나는 그들과 같이 버스를 탔다.


버스 기사님은 승객들의 예약과 인원을 체크했다. 학생들은 버스에 타서도 계속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에어팟을 꼈고, 노래가 바뀌는 잠깐의 정적. 그중 한 명이 여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Passport 동시에 나는 내가 들고 온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갑을 집에 두고 왔음을 인지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리려고 하자 버스는 출발했다. 뒷자리에 앉은 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나는 간다~


한 달 전, 렌터카는 대호가 예약했다. 그리고 나는 렌터카를 찾으러 갈 때 세컨드 드라이버를 등록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내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가 필요한데 그 모든 것들이 지갑 안에 있었다. 그 지갑은 이미 떠나온 집에 있다. 가는 동안 내내 불안했고, 불편했다. 자책도 했지만 늦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그런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평상시 외출할 때도 지갑을 두고 온 적이 거의 없다. 근데 왜 하필 오늘... 


공항에서 대호를 기다렸다. 10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온 친구에게 운전을 시켜야 했다. 미안한 마음에 카톡을 남겼다.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호에게 전화가 왔다. 나의 실수를 말하려고 할 때 대호가 내 말을 가로챘다. 


"아, 되는 일이 없냐. 입국 심사할 때 잡혀 오피스에서 따로 인터뷰를 했어..."


대호의 말은 이렇다. 영어가 서툰 대호는 직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오피스로 불려 갔고, 한국어 통역관과 같이 인터뷰를 봤다고 했다.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우리 여행. 대호에게 지갑을 두고 온 이야기를 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쿨하게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했다. 허츠 렌터카를 통해 소나타를 예약했었다. 하지만 직원은 SUV 차가 있고, 하루에 $7씩 더 내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고 했다. 우린 고민하다가 운전을 많이 할 예정이기에 큰 차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린 현대 투산을 받았다. 1000KM밖에 안 탄 신차였다. 그나마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 하지만 남은 여정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최악의 여행은 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낙관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첫 캐나다 여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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