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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un 13. 2022

아름다운 자리에 낭만적인 것들

Life in Canada

집으로 갔다. 밴쿠버 공항에서 스쿼미시까지 1시간 30분. 나의 덤벙거림이 만든 결과는 10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온 대호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 나는 네가 언제 캐나다에서 운전해보겠냐!라고 말하며 내 실수를 합리화시켰다. 대호는 웃으면서 욕을 했다. 캐나다에서 옛 친구의 욕을 생생하게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누군가가 우리 집에 왔다. 


대호는 짐을 풀고, 나는 도미노 피자를 주문했다. 출출해진 우린 피자를 먹으면서 앞으로의 여행을 이야기했다. 이번 여행은 힐링이다. 최대한 자연의 초점을 맞추고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온전히 쉬는 여행.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이었다. 피자를 먹고 우린 셨다. 대호는 잠시 낮잠을 잤다. 시차 적응이 필요했다. 


봄과 여름 사이


대호는 소고기를 굽고 나는 밥을 했다. 대호는 소고기 가격을 보고 놀랐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 캐나다에 왔을 때 소고기 가격이 착해서 자주 먹었었다. 이 가격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오른 가격이라고 하자 더 놀랬다. 


대호가 한국에서 우리 엄마 김치를 가져왔다. 거의 1년 만에 엄마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소고기와 엄마 김치는 잘 어울렸다. 소고기의 느끼함을 김치가 잡아주었다. 그날 난 캐나다와 한국의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린 캐나다 위스키 뚜껑을 오픈했다.


크라운 로열 애플 위스키였다. 위스키 치고는 쓰지 않고 달콤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처음 먹을 때 그 놀라움을 대호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소고기를 먹었다. 더할 나위 없는 캐나다에서의 첫 끼였다. 우린 계속 술을 마시면서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린 한국에서처럼 술을 마셨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의 소주가 아닌 캐나다의 위스키를. 스무 살 즈음 주말마다 마셨던 초록병 소주가 둥근 위스키로 바뀌었다. 이십 대 초반의 우리가 오늘을 예측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그 누구도 모른다. 그저 하루하루 의식을 가진 채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 오게 된다. 


우린 옛날이야기를 했다. 둘의 추억이 있는 6학년 시절을 이야기했다. 한 잔, 두 잔 마실수록 그 기억들은 선명해져 갔다. 선명한 줄 알았던 기억들 속 서로의 오류들을 발견했다. 술을 마시고 침 튀며 그 오류들을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어느 덧 달은 먹빛 구름들과 함께 피어올랐다. 



한 살, 두 살 먹고 혼자 살면서 느끼는 점은 뒤를 자주 돌아보게 된다 것. 아름다운 자리에 있는 낭만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버팀목이 된다. 이런 것들은 마음속 깊숙이 기억도 안 날만큼 깊이 웅크리고 있다가, 오랜만에 만난 술자리에서 경계를 푸는 순간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게 우리를 웃게 만든다. 우린 이것을 추억이라 부르기로 했다. 


빛바랜 추억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인생의 짐을 짊어지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우린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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