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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ul 03. 2022

캐나다 영어 시험, Finger Crossed

Life in Canada

어느덧 캐나다에 온 지 1년. 영원히 내릴 것 같았던 겨울비들은 그치고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캐나다는 겨울과 봄이 싸우는 계절이다. 아침에는 추워 겉 옷이 필요하다가 낮에는 더워 반팔이 필요하다. 다시 저녁이 되면 겉 옷이 필요한 시즌. 그러다 뜬금없이 비가 내린다. 아침과 저녁은 봄이면서 점심은 여름인 시즌이다.


1년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영주권 신청 자격을 갖추었다는 말과 같았다. 영주권 신청을 위해서 캐나다에서 일한 1년 경력과, 학력 인증, 그리고 영어 점수가 필요했다. 일은 계속 다녀야 한다는 전제 조건과 함께. 학력인증서는 이미 가지고 있었고, 영어 점수가 필요했다. 북미식 영어로 진행되는 셀핍이라는 시험을 준비했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모든 영역의 문제를 풀어야 하며 시험시간은 총 3시간이다.


봄을 느끼고 있는 오리 가족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손님들과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긴 대화는 아니다. 솔직히 짧게나마 캐나다 영어를 빨리 습득하기 위한 것이 컸다. 주로 듣는 입장이고 듣는다고 100% 손님의 말을 이해하기는 벅차다. 토익 듣기 문제에 나오는 성우는 친절한 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기에는 단어 위주로 들려 유추하는 것이 내 듣기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문장까지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단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나, 구어체나 슬랭 같은 단어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거나 되물으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마치 어린아이한테 단어를 설명하는 것처럼. 대부분 손님들이 이렇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착한 캐나다 사람들은 내게 이런 배려를 해주신다.  


"영주권 시험을 위한 영어 시험을 볼 예정이야... 긴장되고 어렵네.."


손님들은 웃으면서 자세히 물어본다. 이 분들은 캐나다 사람이기 때문에 영주권을 위한 영어 시험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셀핍이라는 영어 시험 종류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대한민국 영주권 시험에 대해 모르는 것과 같다.


"너 영어 잘해. 지금 우리가 대화하고 있고, 문제없이 나는 너의 말을 이해하고 있어. 단어 사용도 좋고. 괜찮아 너는 통과할 거야"


어떤 손님은 내가 어떤 부분을 말하면 수정도 해주시고, 발음도 교정해준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럴 때마다 행운을 느낀다.


시험을 치고 편의점으로 나갔다. 영어 시험에 대해 말을 했던 손님들이 들어왔다.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시험 어땠어! 결과는 나왔어?라고 말하면 아직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그냥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손님들은 Finger Crossed!라고 말하며, 중지를 검지 뒤로 꼬우는 제스처를 내게 보였다. 의미는 행운을 빌어!라는 뜻의 구어체였다. 이렇게 하나 배웠다.


결과가 나왔고,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갖춰졌다. 같이 응원해줬던 손님들과 편의점 근처에 사는 이웃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스피킹 점수가 조금 아쉬웠지만 자격 조건이 갖췄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구름을 흩뿌리는 하늘


사실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영주권을 위한 곳이니 시간이나 때우고 일이나 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고 친해지며 서로의 대해 조금씩 알다 보니 정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쌓이기도 하지만 '캐나다 스쿼미시'라는 장소에 정이 들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추억으로 남는 것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면은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깊어지는 것보다 내면이 넓어진다는 느낌.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웅장한 자연경관을 보는 것도 여유가 주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캐나다 생활의 가장 큰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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