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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Sep 13. 2022

해외에서 추석을 맞이한다면

Life in Canada

어느덧 2년째 한국적 추석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작년엔 추석에 대한 감흥이 없었지만, 올 해는 추석의 분위기가 그리웠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에 소주를 마시는 분위기. 뜨거운 여름은 가고 가을을 닮은 바람이 불어오자 추석의 우리 집 풍경이 떠올랐다. 따뜻한 느낌의 분위기들. 왠지 모르게 추석이 설날보다 좋았다.


한국이 떠올라 기분이 싱숭생숭할 때면 한국이 아닌 해외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곤 한다. 스페인, 프랑스, 호주 국적도 언어도 다양한 나라에서 열심히 자기 길을 개척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들은 인천의 작은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기만의 길을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자주 생각 없이 술을 마신 사이였다. 돌이켜보니 인생에서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고 있다.


프랑스에서 사는 친구 A. 내게 동기 부여가 되어주는 친구다. A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A는 건축을 깊게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행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그나마 익숙했던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처음부터 배워 건축을 배우고 있다. 불어로 논문까지 썼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지만 정말 멋있다고 느꼈다.


A는 현재 방학을 맞이해 덴마크에서 여행 중이다. 잠시 한국으로 가서 지내다 추석 전에 출국을 했다. 덴마크에서 레퍼런스가 될 만한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추석을 해외에서 맞이하는데 어떤 느낌이냐?"


"프랑스에 적응하다 보니 무뎌졌다는 표현이 맞는 감정인데, 막상 친구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조금은 먹먹해지긴 해."


먹먹함이라는 단어가 와닿았다. 한국이 명절이거나 휴가철이면 한국 친구들이 많이 있는 인스타에 잘 들어가지 않게 된다. 친구들이 재밌게 놀았던 사진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캐나다의 삶으로 이유 없는 허무함이 몰려온다. A의 말처럼 먹먹해진다는 표현도 맞는 것 같다.


친구 A가 보내준 건축물들


군대 전역 후 호주에 가있는 친구 B에게도 연락했다. 호주 살이 5년 차인 B는 연차마다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1~2년 차까지는 괜찮았는데, 3년 차부터는 많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보니 명절 시즌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명절 요리를 해 먹는 편이야. 올해는 사서 먹을 예정이고"


한인 식당도 없는 곳에서 추석의 분위기를 찾기 어려웠다. 여기선 명절이 아닌 그저 일상이었다. 한국으로 추석 당일, 편의점 손님들에게 추석을 주제로 스몰 토크를 이어갔다.


"오늘은 한국의 땡스 기빙 데이야!"라고 몇몇 친한 손님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한국은 땡스 기빙 데이 때 어느 음식을 먹는지, 무슨 의미인지를 내게 물었다. 영어로 한국적인 문화를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찍어놨던 추석 사진을 보여주며 전 종류를 설명하니 맛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의미는 캐나다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고 말해줬다. 손님들은 나가면서 내게 한 마디를 해줬고 잠시 떠나고 싶었던 캐나다와 다시 화해할 수 있었다.


"Happy Korean Thanksgiving!!!"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하늘을 봤다. 하얀 달이 떠 있었다. 그날의 달은 캐나다에 온 후 봤던 달 중 가장 밝은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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