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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Dec 12. 2022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대화,
캐나다판 비정상회담

Life in Canada

생각 없이 인스타그램을 들어간다. 이런 습관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끊기가 쉽지가 않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이 맛있는 것처럼 계속 손이 간다. 우연히 본 게시물 하나. 영어로 된 광고였다. 자세히 읽어보니 내가 사는 지역에서 새로 온 이주민들을 위해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준다는 게시글이었다. 시간대를 보니 내가 참여를 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영어 스피킹이 필요했던 나에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했다.


프로그램 등록을 위해 상담 예약을 했다. 모나가 나를 반겨주었다. 2007년에 인도에서 이민 왔다고 했다.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프로그램 설명을 해주었다. 나의 비자 상황도 체크했다. 프로그램에는 새롭게 이곳에 온 이주민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을 해줬다. 진행을 도와주는 강사가 있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도 가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퇴근을 마치고 모나가 알려준 주소로 갔다. 출퇴근을 하며 많이 본 초등학교였다. 학교 입구에서 강사님을 만났다. 강사님은 단번에 나를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알아봤다. 동양의 얼굴을 가진 어른이 늦은 이 시간 학교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누가 봐도 자신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었다.


초등학교로 가는 길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란, 프랑스, 베트남,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없었다.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프랑스에서 온 친구가 나에게 스쿼미시에 사는 Kim이라는 친구 아냐고 물었다. 속으로 또 Kim이야? 생각과 옅은 웃음이 났다. 나는 곧바로 Kim이라는 성을 가진 한국 사람은 수백만 명은 될 거라고 말해줬고, 내 한국어 이름의 성은 Lim이라고 말해줬다.


강사님은 아일랜드에서 오신 분이셨다. 우리들을 위해 천천히 말을 해주시고, 어려운 단어들을 쉽게 쉬운 단어들로 바꾸며 설명해주셨다. 첫 수업은 '선물'이라는 주제였다. 각자의 나라에서 무슨 날에 선물을 주고, 어떤 선물을 주로 주고받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또 자신이 받았던 선물 중 가장 의미 있는 선물은 무엇이었는지. 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다른 나라에서 온 만큼 다양한 선물들이 나왔다. 순간 캐나다판 비정상 회담(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토론을 했던 JTBC 방송이다.)을 찍는 기분이었다. 


수업 중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나이가 지긋하신 백인 3명이 들어오셨다. 알고 보니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이셨다. 부부가 오셨는데, 나머지 한 분이 그 부부를 캐나다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시는 분이었다. 도움을 주시는 분은 우크라이나어와 영어가 능통하신 분이셨다. 중년의 부부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 하시는 분이셨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같이 하게 되었다. 


나는 우크라이나 두 나라에서 오신 분들에게 유감을 표했다. 현재 본인들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요동치고 피 묻은 역사 속에서 오신 분들이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이주민들이었다. 나는 선택했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고향에서조차 정주할 수 없는, 그러니까 여기에 올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분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영어라는 언어를 배울 수도 있지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하나의 스토리를 읽는 것과 같다. 특히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 온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면 그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로 모국어로 말을 하면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겠지만,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유창함이라는 무기로 말을 꾸밀 수 없기에 오히려 와닿는 말들도 존재했다. 


사실 신청하기까지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첫 수업 이후 망설임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작은 소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캐나다판 비정상회담 계속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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