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Jan 14. 2023

캐나다 지역행사, 독수리 카운트

Life in Canada

처음 봤던 독수리는 인천 대공원의 동물원이었다. 커다란 우리 안에 갇혀있던 독수리. 힘 없이 나무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동도 없던 독수리. 혹시 공중을 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사육사가 먹이를 가져다주니 빠른 속도로 날아가 먹이를 낚아챘었다. 하지만 독수리들이 사는 새장은 작았다. 그들에게 자유란 없어 보였다. 날개는 가졌지만 하늘을 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자유가 주는 환희를 느껴본 적이 있을까?


캐나다 스쿼미시에 왔다. 동네를 산책하다 우연히 하늘을 바라보자 파아란 하늘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날아다녔다. 까마귀라고 하기엔 크기가 컸다. 검은 새는 독수리였다. 스쿼미시는 독수리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난 1년 반동안 산책이나 자전거를 타면서 독수리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독수리와는 다른 느낌을 내게 주었다. 그것은 아마도 자유였을 것이다. 편의점 일을 하는데 낯선 손님이 인사말과 함께 질문을 하나 던졌다.


"독수리를 볼 수 있는 곳을 아시나요?"


지상에는 곰, 코요테, 사슴, 라쿤이 있고, 하늘에는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자전거를 타다가 이글 존(Eagle zone)이라는 팻말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팻말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가을에 오면 연어를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덤으로 드렸다.


로컬 손님들에게도 물어봤다. 어디서 독수리를 볼 수 있는지. 그들은 근처 강에서 독수리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연어들이 돌아오는 가을과 비가 오지 않는 겨울날에 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로컬 손님들마다 자신들만의 독수리 보는 장소가 있었고 친한 손님이 그곳을 알려주었다. 비가 오지 않고 날이 좋은 날 가기로 마음먹었다.


스쿼미시는 매년 겨울마다 독수리 개체수 조사를 한다. 예전부터 이어 온 전통이라고 한다. 독수리의 개체수를 세는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2023년은 5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어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내심 부러웠다. 그들은 스쿼미시 내 20개 지역을 나눠 같은 시간에 개체수를 카운팅 한다고 했다.


2023년 자원봉사자들은 916마리의 독수리가 있다고 발표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다. 독수리를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916마리나 있는 줄 몰랐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카운트를 하는 것이라 오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자연과 공존하려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의 스쿼미시는 지루하지만, 독수리를 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참으로 캐나다는 심심한 천국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둑방길이 있어 그 길을 걸어갔다. 


멀리서 바라본 독수리 친구들


둑방길을 우연히 지나가다 독수리 친구들을 만났다. 5마리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중 한 마리는 가만히 앉아있는 친구들과 달리 ADHD에 걸린 마냥 계속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독수리들의 표정은 멀리서 봐도 자유로워 보였다. 스쿼미시의 겨울에서 독수리들은 유일하게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강이 내뱉은 바람 속에 서늘함이 묻어있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감싼다. 자연스레 고개를 떨어뜨렸다. 문득 인천대공원 새장 안에 갇혀있는 독수리가 생각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살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음식 없이는 못 살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