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강한 한파가 지나가고, 따뜻한 바람들이 불어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봄바람을 싣고 들어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한결 가볍다. 그들의 옷차림은 아직 무겁지만, 그들이 건네는 인사에는 얇은 웃음이 묻어있다. 모르는 사람과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어설픈 영어로 안부 인사를 건네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사람들을 볼 때면 확실히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물 안으로 먼저 들어온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모습을 본다면 당신은 캐나다에 도착한 것이다.
세상은 점점 간편해지고 있다. 카드와 핸드폰으로 탭 결제를 하는 세상. 하지만 전자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신다. 통장으로 들어온 돈도 굳이 현금으로 찾는 사람들. 그중 유난히 웃음이 따뜻한 손님이 들어오신다. 따뜻한 인사를 건네면 몇 마디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현금으로 계산을 한다. 잔돈은 동전 몇십 센트를 말하자 그는 웃으며 "잔돈은 됐어요."라고 말하며 가게를 나가신다.
날이 풀리니 어린이 손님들이 늘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군것질을 사러 온 어린이들. 캐나다 모든 가격표엔 세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계산대에서 결제를 할 때는 세금이 포함된 금액이 화면에 나온다. 이런 이유로 간혹 어린이 손님들은 잔액이 부족한 상황이 생긴다. 대부분 가격표에 포함되지 않는 세금만큼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린이 손님들이 고르는 물건들 대부분이 가격이 낮기 때문에 그 금액도 크지 않다. 당황한 아이들에게 나는 부족한 금액을 이야기해 준다. 그들의 아쉬운 표정 속엔 세상의 쓴 맛이 들어있다. 다음엔 안 된다고 말을 한 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따뜻한 웃음을 가진 손님이 준 잔돈으로 결제를 해준다. 웃으며 고맙다고 말한 어린이 손님은 행복한 표정으로 나간다. 그들이 건넨 동전은 꽤나 따뜻했다. 얼마나 꼬옥 쥐었던 지, 그 동전들은 계산대안에 있는 차가운 동전과는 달리 따뜻했다.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어른 손님. 그도 지폐로 계산을 한다. 나는 몇십 센트의 잔돈을 건네준다. 그는 방금처럼 잔액이 부족한 어린이 손님들을 위해 써달라고 말을 하며, 잔돈은 됐다고 하신다. 나는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며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말을 해준다. 편의점 문을 나간 그의 표정엔 따뜻하고 옅은 웃음이 서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잔돈이 부족한 어린이들을 위해 따뜻한 어른들이 줬던 동전 몇 개를 전달하는 전달자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하다. 지갑을 집에 두고와도 핸드폰으로 결제하는 세상이 되었다. 화면에 나와 있는 금액만큼 결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정도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지폐와 동전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미래는 아직은 멀었다고 본다. 아직은 잔돈 속에 있는 따뜻함을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현실 또한 우리의 예견을 가끔 농락한다. 전자책이 발명되었지만 종이책이 멸종되지 않은 것처럼 기술이 발전되어도 정으로 포장된 잔돈은 존재의 지속을 지향할 것이다. 인간다움 앞에 발전된 기술들은 종종 무력해질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