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 하나. 평범. 곱씹으며 산책을 했다. 우연히 하늘을 올려보았다. 검은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무리의 대열에서 떨어진 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앞서 가는 것도 아닌 옆으로 빠져서 다른 하늘길로 날아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야,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 되냐?"
캐나다로 오기 전, 누군가가 나에게 했던 말. 술을 마셔서 머리가 아픈 것인지, 그 말에 머리가 지끈했던 건지 그때는 잘 몰랐다. 다른 나라의 삶도 궁금해서 가는 것이라고 둘러 대며 다른 주제로 대화를 넘겼다. 그때부터 내 속에 분명한 자국을 남긴 단어 하나. '평범'
나에게 캐나다는 다양성이다. 옆집에 캐나다 원주민이 살고, 그 옆집엔 캐나다 백인 가정이 산다. 그저껜 웨일스 사람이 이사를 왔고, 주말엔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집에서 파티가 있다. 칠레와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들과 영어 회화 수업을 같이 듣는다. 그리고 나는 한국인이다. 정말 다양한 인종과 나라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나에게 '누구든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말로 들렸다.
캐나다에서 한국인처럼 산다는 것은 특별했다. 한 친구가 나에게 한국 사람들은 매일 밥이랑 김치를 먹어?라고 물었다. 나에게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겐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그렇게 먹지. 사실 여기 오기 전에 먹고 왔어. 내 대답을 들은 친구들은 흥미로워했다. 난 반대로 우유를 4L짜리를 얼마 만에 다 마셔? 그들은 웃으며 2~3일이면 다 마신다고 했다.
평범의 스팩트럼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들. 그 속에 들어있는 인간다움. 나는 김치를 먹고, 그들은 4L 우유를 삼일 만에 비운다. 나는 밥을 안치고, 그들은 빵을 구운다. 젓가락과 포크의 차이. 이러한 차이만큼 각자가 가진 삶이 특별해지는 것 같다.
친구가 말한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안다. 한국에서 취업해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한다. 아이까지 낳아 사는 것. 하지만 이러한 평범은 더 이상 평범이 아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특별해져 버린 삶이다. 평범을 갖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삶. 그만큼 얻는 것도 많겠지만 쉽사리 선택하기 힘든 삶이 되어버렸다. 평범이 아닌 비범이 되어버린 현재다.
누군가가 말했다. 평범한 사람은 평범을 말하지 않는다고. 평범을 말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평범을 말하는 거라고. 나는 내 인생이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을 보니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이 말은 내가 스스로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스스로 선택 하는 삶. 내 인생이 조금은 특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세계관을 갖고 사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삶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의 삶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 삶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비루한 삶은 특별해진다고 믿는다. 우린 특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평범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결국 그 안에 자신만의 특별함이 묻어있기에. 그 특별함은 가장 쓸쓸한 날에 처음으로 마신 핫초코처럼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다.
무리에서 이탈한 검은 새 한 마리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끝에서 무리를 만났겠지. 무리에서 벗어나 하늘을 날아도 결국 끝은 비슷하다. 그들이 도착하는 목적지는 같으니까. 우리들의 끝도 결국 같다. 현재 걷고 있는 걸음이 무리들의 길과 다르더라도 정직한 걸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