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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Mar 03. 2023

캐나다로 온 우크라이나 사람들

Life in Canada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 정부는 해당 전쟁이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아니라 단지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입장이지만 외부사람들이 봤을 때 명백한 전쟁임이 틀림없다. 무의미한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친 짓을 하면서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캐나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받기로 결정했다. 특별 여행 허가 비자로 최대 3년간 캐나다에 머물 수 있으며 취업도 가능한 비자였다. 입국 심사 때 필요한 통상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비자 수수료 또한 무료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인원 제한을 따로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도적인 차원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매주 화요일 영어 회화 수업을 나간다. 스쿼미시로 이주한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회화 프로그램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강사님 한 분이 수업을 진행한다. 강사님은 아일랜드 사람이시다. 매주 주제는 다르게 진행된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 나라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마치 예전 JTBC에서 방영했던 비정상회담 같은 느낌이다. 나는 국가가 공인하지는 않았지만 회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대표가 되었다.


이미 몇 번 진행했던 터라 강사님과 사람이랑 친해졌다. 반면 종종 새로 온 사람들도 있다. 반면 싫증이 나거나, 비자가 만료되어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료이다 보니 오고 가는데 자유롭다. 오늘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왔다. 길쭉한 팔다리와 작은 얼굴. 나와는 정반대급 사람들이었다. 종족이 다른 느낌. 우크라이나에서 온 부부였다.


수업을 진행할 때 매일 자기소개를 한다. 새로 온 사람들을 위해서다. 나는 주로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고 소개한다. 이름과 하는 일을 말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새로운 친구들 차례였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숙연해졌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속이 동요되는 느낌이었다. 뉴스에서만 보던 우크라이나인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인 2명이 새로 들어왔다. 둘은 20대 부부였고, 아기도 한 명 있었다. 남편은 루슬란, 아내는 안젤리카였다.


둘은 같은 바에서 일하다가 만났다고 했다. 몇 년을 교제하다 결혼을 했다고 했다. 아이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이 터졌다고 했다. 그들은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 친구가 사는 캐나다로 이주를 결정했다고 한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이어지는 질문 하나


캐나다에는 왜 왔나요?

나와 다른 나라 친구들은 이유가 분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었다. 가족 구성원 중 몇 명이 캐나다에 살아서 온 친구들도 있었고, 자식은 자유로운 나라에서 자라길 바라는 이란 아저씨도 있었다. 다시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여기에 더 머물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각자의 이유가 존재했고 그 이유의 근거로 캐나다를 선택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부부차례였다. 그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전쟁 때문에 이주했다. 그들은 인생에서 캐나다로 오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안젤리카는 고향의 사람들과 친구들이 그립다고 말을 하다 눈물을 글썽거렸다. 두고 온 것은 늘 목이 메는 것일까. 안젤리카는 눈물을 삼키며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캐나다를 선택했지만, 그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 이후 박살 난 경제상황도 이야기해 줬다. 전쟁 전 환율보다 지금 환율이 3배나 올랐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많이 올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배 3배로 오른 나라 앞에서 티를 내기 어려웠다. 나는 그저 듣고, 유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밴쿠버로 나갔다. 우연히 나갔던 날짜가 2월 24일이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1년이 되던 날이었다. 전 세계 대도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알리는 시위가 벌여졌다. 캐나다 밴쿠버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대략 100여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행진을 하고 있었다. 교통경찰들이 호위를 했고, 지나가던 차들도 멈추고 지켜봤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나도 넋 놓고 바라봤다.


밴쿠버 시내를 행진하는 우크라이나인


그들이 외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자국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본인들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시절 헤이그 특사로 나가셨던 분들이 스쳤다. 지금 2023년 밴쿠버에서 행진을 하고 있는 이 분들도 같은 마음일까. 나는 그들의 마음을 감히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 했다.


행진을 기다리는 차들

행진 때문에 교통이 지연되었지만 그 누구도 경적을 울리는 차들은 없었다. 묵묵히 지켜보는 운전자들을 보며 남다른 리스펙도 생겼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극적으로 바꿀 수 없지만 잊지 않고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면 유의미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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