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anada
캐나다 화이트 홀스의 밤. 내가 이곳의 온 목적은 오로라 헌팅이다. 오로라 헌팅을 위한 집합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약간의 잠을 잤다. 새벽 3시까지 헌팅을 해야 하기 때문. 잠이 덜 깬 상태로 방한복을 입었다. 따뜻한 실내에서 갈아입으니 살짝 더워졌다. 방한 신발까지 신으니 화이트홀스의 추위는 두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옵션 투어 때 보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계셨다. 생각보다 일본 사람들이 많았다. 가이드들 중 일본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오로라 헌팅을 위해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호텔에서부터 오로라 빌리지까지 차로 45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버스 안에서 우린 오로라 관측 앱을 설치했다. 관측 가능성은 14%.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인 우린 자연에게 어찌할 수 없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오로라 빌리지로 도착했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봤다. 하늘은 구름투성이고,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마치 비를 참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 어깨를 적시진 않았다. 14% 근거는 바로 구름이었다.
마지막 오로라 관측은 이틀 전이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우리가 있는 3박 4일 동안 단 하루만이라도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오로라. 가이드들은 이런 날들을 대비하여 쉼터 같은 곳을 만들어놨다. 내부에는 따뜻한 커피와 핫초코, 녹차가 있었고, 여러 종류의 쿠키가 있었다. 우린 취향에 맞게 고른 음료와 함께 오로라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다. 아쉽게도 그들이 보여준 영상의 언어는 스페인어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밖에는 티피(Tipi)가 있었다. 티피는 이곳의 원주민들이 사용한 거주용 텐트이다. 오로라 헌팅 빌리지에는 2개의 티피가 존재했다. 티피 내부에는 모닥불과 마시멜로 그리고 꼬챙이가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꼬챙이 하나와 한 자리씩 챙겼다. 그리고 마시멜로를 모닥불에 굽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밤,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에 올랐다. 가는 곳도 같았다. 오로라 관측 앱을 켜보니 오늘도 15%였다. 어제와 상황이 비슷하다는 했다. 오로라 빌리지에 도착해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꼈다. 심술이 잔뜩 낀 아이의 얼굴을 한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달이 나타났다. 오로라에 대한 희망이 생겼지만 어느새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하늘엔 냉엄한 달빛이 내 위에서 말없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결국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투어 광고 문구가 떠올랐다. 3일 체류 시 90% 오로라 관측 가능. 과대 광고로 신고를 하고 싶은 모난 마음이 솟구쳤다. 우린 자연이 주는 불확실성에 좌절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지막 날이 남아있다. 앱을 켜보니 내일의 관측도는 16%를 가리켰다. 큰 기대를 하기 힘든 수치다.
무심하게 흩어진 구름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밤들이었다.
그래도 우리에겐 마지막 하나의 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