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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

D-13 (THIRTEEN DAYS) 영화 리뷰

by 림스

인생은 Birth(B)와 Death(D) 사이의 Choice(C)이다.

-장 폴 샤르트르-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무엇을 먹을지 무슨 반찬을 먹을지, 밖을 나설 때도 어디를 갈 것인지 걸어갈 것인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인지 등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의 노예가 된다. 하물며 국가는 어떠한가? 국가는 어떠한 대외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선택 혹은 결정이 달라진다. 그럼 대외정책이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3가지 모델이 있다.


이 3가지 모델들을 다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D-13 (Thirteen Days)이라는 영화다. D-13이라는 영화의 제목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3차 대전이라는 인류 공멸의 초유의 위기상황이었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를 소재로 유명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친구이자 특별보좌관이었던 케네스 오도넬이란 인물의 시각으로 인류 운명을 걸고 미국과 소련이 벌이는 숨 막히는 힘겨루기와 워싱턴 정가 내부의 첨예한 갈등을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상세히 그리고 있다.


먼저 개념 정의를 해보자면, 첫 째 ‘합리적 행위자 모델’이 있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이란 이 대외정책은 합리성을 가진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며 국가는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단일체로 간주된다. 국가의 대외정책은 목적 달성을 위한, 즉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들을 검토하여 그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합리적 행위에 있어서도 정확하게 모든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것과, 그 정보의 부정확함이 모든 선택 안의 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영화 D-13에서 예를 들어보자. 소련 함대 26대가 쿠바 진입을 멈추지 않음으로 인한 상황이었다. 앤더슨 제독한테 가상 전개 상황을 듣게 되는데 내용은 이렇다. 앤더슨 제독은


“검역 선전에 무전으로 교신을 시도하여 속도를 줄이게 하고 대기하도록 명령하고 조사팀이 그 배에 올라가서 무기가 발견되면 회항하도록 명령한다. 거부하면 인근으로 견인한다.”라는 가상 전개 상황을 설명한다.


하지만 로버트 케네디가 “그 2가지 명령을 다 거부하면?”이라는 질문에 공포탄을 발사한다고 대답한다. “또 그 경고탄마저도 무시하면?”이라는 질문에 앤더슨 제독은 발포를 하고 조사를 들어간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내 명령 없이 발포는 안돼요.”라는 말을 한다. 해안봉쇄가 국제규약상 위법인 등등의 부담이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가장 좋은 대안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군사 대응은 아니면서도 무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고, 확실하게 미국의 의사 표명이 가능하며 위험부담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또한 해안봉쇄 이후 진행될 모든 상황을 소련이 부담하게 되어 미국은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합리적인 선택은 이 문제를 피해 없이 또는 전쟁 없이 해결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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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직 형태 모델’이다. 예를 무릎 조건 반사를 들 수 있다. 무릎 아래쪽을 치면 무릎이 자동적으로 반응을 하여 움찔하게 된다. 머리는 가만히 있으라 하는데 무릎이 조건 반사에 의해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 조직이 정형화된 패턴 혹은 표준화된 수행 절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부서의 우두머리가 결정하지 않고 부서의 매뉴얼에 의해서 행하는 것이다. 이 모델도 영화에서 한 장면으로 나온다.

앤더슨 제독은 1시간째 접촉을 시도해 보지만 전혀 멈출 기미가 없자 우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국방장관에게 말한다. 그래서 국방장관이 뭐하냐는 질문에 앤더슨 제독은 교전상태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전투령은 각하께서 23일 자로 승인했다고 하고 공포탄을 발사한다. 그리고는 국방장관에게 나에겐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더 이상 내 부하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화를 낸다. 마지막으로 우린 절대 포격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 장면에서 봉쇄령은 18세기 때부터 해군에게 있다고 하면서 1시간 동안 접촉을 해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공포탄을 발포해도 된다는 해군만의 매뉴얼이 존재한 것 같다. 우두머리인 케네디 대통령의 뜻과 어긋나도 해군에게 해야 할 표준 절차 시스템 같은 것이 있어서 발포를 한 것이다. 이 장면이 조직 형태 모델의 전형적인 예가 될 것 같다.


셋째, ‘정부 정치 모델’이다. 이 모델은 합리적 정책결정 모델의 비현실성을 극복하고 실제로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행위자를 국가와 같은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한 이해를 가진 관료로 파악하여 이들 간의 흥정과 타협의 결과로 대외정책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여기서 이 관료들은 국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 부서별의 입장이나 부서장들의 캐릭터적 요소들이 가미가 되면서 각 부서마다 취하는 행동이 달라진다. 즉 각 부서별 목적은 같으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묘사된다. 국방장관이 “봉쇄란 전쟁 냄새가 나니 검역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한다. 지금 소련 30척의 선박이 쿠바로 향하고 있습니다. 8백 마일 밖에서 정선시켜 무기를 실었으면 돌려보낼 겁니다. 있는 미사일은 어쩔 수 없어도 더 들여보낼 순 없죠. 소련에게 물러설 기회를 주는 겁니다. 그걸 거부하면 침공 준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그에 반에 로버트 케네디는 “우리 체면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그렇고 소련과의 전면전이 축발 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기서 미 중앙 정보부장 존 맥콘은 “공습이 옳다고 봅니다. 봉쇄로는 전략적 측면에서 늦다고 보여 적군이 미사일을 먼저 쏠 수도 있습니다.” 합참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하 동문이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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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은 “검역 아니면 공습이군”라는 말을 하고 미 UN대사 아들래이 스티븐슨은 둘 다 핵전쟁 위험이 있는 만큼 누군가 겁쟁이가 돼야 합니다. 물론 제가 돼야겠지만 거래를 하는 겁니다. 터키에 있는 우리의 미사일 기지 철수 조건으로 비공식 채널이어야 되겠죠. UN총장에게 말하는 겁니다.라고 하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결정 내리지 못했고 월요일 방송 나갈 때 결정하도록 하자면서 발표문을 양 쪽 다 작성해달라고 하면서 이 장면은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국방장관이 봉쇄라는 단어를 쓰면서 최대한 침공이나 공습을 피하려고 하고 로버트 케네디 또한 소련과의 전면전은 피하자 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미 중앙 정보부장인 존 맥콘은 강경파인 장군들의 의견과 같이 공습이 옳다고 말을 한다. 마지막으로 나온 아들래이 미 UN대사는 “누군가는 겁쟁이가 되자”라는 식의 말과 함께 터키의 있는 우리의 미사일 기지를 철수하면서 평화를 추구하자라는 의견을 내면서 온건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3가지의 의견 모두 국익을 위해서라는 추구하는 목적만큼은 뚜렷하다. 하지만 이 국익을 추구하려는 방법과 수단이 모두 다르다. 한쪽은 공습을 하자는 의견과 다른 한쪽은 소련에게 기회를 주면서 전쟁만큼은 피하자 라는 의견으로 각 부서마다 취하는 행동들이 다르다. 정부 정치모델이 합리적 행위자 모델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합리적 행위자 모델에서는 행위자의 수, 선호의 수가 단일하게 나타나지만 정부 정치모델에서는 다수이고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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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끔 점심 메뉴와 같은 사소한 선택을 하지 못해 괴로울 때가 있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어쩌면 인류의 미래가 자기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이 상황에 케네디 대통령의 심정은 어땠을까? 상상도 못 하겠다.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 영화가 이렇게 디테일하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케네디 대통령의 녹취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케네디 대통령 또한 선택에 엄청난 부담과 외로움이 느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제4차 세계대전은 사람들이 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이다." 피그스만 침공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강경파인 장군들의 전쟁 촉구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면서 계속 평화를 외쳤던 케네디 대통령은 어쩌면 인류를 구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협상이 하루만 늦어졌어도 전쟁은 발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케네디 대통령이 강경파 대통령의 말을 들어 애초에 평화를 생각하지 않고 침공 작전을 펼쳐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되었다면 우리가 아니 내가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미생’의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선택의 순간들을 모아두면 그게 삶이고 인생이 된다.’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된 것도 국가들의 많은 선택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을 국제 정세나 국가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 봤을 때도 내가 이렇게 살게 된 것도 과거의 많은 선택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선택들이 내 앞에 나타나겠지만, 실수를 해도 과감하게 선택하고 배워 나아가는 마음을 아로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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