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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삼척의 밤

동해안 자전거 국토종주

by 림스

페달을 밟고 밟았다. 마지막 날 여정 역시 오르막이 우릴 괴롭혔다. 끝없이 올라가는 산. 우리나라에 산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산들은 우리를 시험하듯 있었고, 나는 끝까지 페달을 밟고 올라섰다. 도저히 페달을 밟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자전거에 내려 잠시 쉬었다 끌고 올라가는 심정으로 갔다. 이 고생을 우리가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전거 여행을 결정했을 당시의 마음을 다시 회상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가 이 고생을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갔다. 역시 인생은 도전과 후회의 연속. 어쩌면 도전과 후회는 한 끗 차이의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올라오고 올라왔다. 그리고 위에서 바라본 삼척 바다가 보였다. 삼척 바다 앞에 어깨동무하듯 호텔과 펜션들이 줄지어있다. 자연물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평화스러운 조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우린 마지막 인증센터에서 스탬프를 찍었다. 해가 어두워지고 있었고, 우린 결정했다. 삼척에서 이번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부랴부랴 호텔과 펜션을 알아봤다. 바다 앞은 이미 예약이 가득 차 우린 시내 쪽에 있는 한 호텔을 예약했다. 10월의 삼척은 아직 성수기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삼척 인증 센터에서 바라 본 바다


우린 꽤 넓고, 고풍스러운 호텔을 잡았다. 그간 숙소비를 아끼겠다고 민박집 또는 허름한 귀신 나올 것 같은 모텔을 예약했었지만, 이번엔 깔끔한 순백의 이불과 침대가 구성되어 있는 호텔을 예약했다. 시내와 가까워 음식 배달이 용이했고, 화장실에 큰 스파도 있었다. 이 아름다운 도시 삼척과 앞에 펼쳐진 파아란 바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호텔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남자 셋이라는 점이다.


우린 삼척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우린 인천, 거제에 살고 있기에 회는 많이 먹어보았기에 건너뛰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물닭갈비 나왔다. 삼척 물닭갈비. 사진을 보니 닭갈비에 빨간 국물이 들어있었다. 우린 안 먹어본 음식에 도전하기로 했다.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도보로 이동했다.


가게에 들어가니 주 고객층이 이십대로 보였다. 근처 대학생들도 있는 것 같고, 우리처럼 여행 와서 블로그 맛집 보고 오는 손님들 같았다. 한두 테이블 정도 그 지역 사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우린 묽닭갈비에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시원한 소맥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드디어 음식이 나왔고, 닭갈비를 먹었다. 맛은 그냥 닭갈비였다. 물에 빠진 닭갈비. 그렇다고 싱겁거나 하지 않았다. 국물이 있어 소주 안주로도 좋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크게 맛이 생각 안 나는 것을 보니 그냥저냥 먹었거나, 아니면 술에 취해 맛을 잘 기억 못 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물닭갈비


닭갈비를 다 먹고, 치즈 볶음밥을 시켰다. 한국인 특성상 항상 철판에 밥을 비벼줘야 한다. 그래야 밥을 먹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미 얼큰하게 소주를 들이켰지만, 볶음밥 앞에서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다. 여기서 물러서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우린 그렇게 싸가지없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렇게 볶음밥에 소주까지 먹고 배부른 상태로 삼척 시내를 돌아다녔다. 적당한 시골이었다.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는 동네였다. 앞엔 바다가 있고, 뒤쪽으로는 산들이 있었다. 그 사이 도시같은 분위기. 중간중간 자전거 코스들도 잘 되어있었다. 나중에 은퇴 후 한국 시골에서 살고 싶다면 그곳은 삼척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루였지만, 꽤 매력 있는 동네로 기억하고 있다.


우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며 숙소로 들어왔다. 당연히 거기서 2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주와 맥주를 사 오고 피자와 사이드로 스파게티를 배달시켰다. 걸으면서 소화도 어느 정도 되었고, 방안에 에어컨으로 땀도 식혔다. 2차전 시작을 알리는 잔들도 채웠다. 짠을 하며 우린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다. 얼큰해진 우리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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