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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Dec 13. 2021

캐나다에서 한국 생각이 날 때

Life in Canada

이곳에 온지도 어언 6개월 차.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재난급으로 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을 느끼려는 찰나 겨울이 찾아왔다. 거짓말같이 가을이 지나갔다. 다행히 아직까진 많이 춥지 않아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곤 한다. 하지만 이런 우중충한 날씨가 1~2주 반복되다 보니 기분이 가라앉았다. 집 밖으로 나오면 늘 새롭던 거리들이 지겨워졌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의 모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찌릿했다.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닥치니 조금은 버거웠다.


시작은 단순했다. 자전거 바퀴가 터졌다. 날이 좋아도 자전거를   없었다. 운동을 못하고 계속 날씨가 어둡자 기분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날씨, 같은 곳에서 일하며 같은 사람들을 보는 삶에서 찌부등한 느낌이었다. 예전엔 아무렇지 않고 넘어갈  있는 일들이 거슬렸다. 잠시 지나고 보면 내가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마음의 오르막을 오르는 중이었다.



결국 이런 상태가 계속되자 한국이 생각났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고 싶었고, 연말 분위기가 그리워졌다. 이런 생각을 한 번 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는 굴레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한국과 캐나다를 비교하기 시작하는 아무 의미 없는 짓을 했고 순간 이것도 향수병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생각이 의미를 규정하기 시작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고생을 짊어지던 순간을 잊고 있었다. 예상된 고생길을 선택한 나 자신을 잠시 탓하고 있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았고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잘 알지만 뒷맛이 씁쓸했다. 생각에 잠겨 집까지 걸어오곤 했다. 음악을 들으며 어두운 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게 캐나다 영주권을 물어본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냈다. 친구는 한참을 듣더니 내게 한 마디 던졌다.


"너 캐나다 왜 간 거야?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그 감정을 기억해."


친구의 말은 나의 뼈를 때린 듯이 날카로웠다. 캐나다로 오면서 세웠던 크고, 작은 목표들을 잠시 뒤로 두고 있었다. 그러자 앞은 보이지 않았고 계속 뒤를 바라보았다. 뒤에는 한국이 있었다. 생각에 빠져 무엇이 중요한지를 잠시 잊어버렸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렸다. 흔들리는 감정들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하나, 둘씩 시작했다.


 번째는 달리기였다. 비가 많이 오고 해가 금방 지는 탓에 자전거를 자주   없었다. 맑은  뿐만 아니라 비가 살짝 내리는 날에도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달리니 3분도 뛰지 못했다. 체력이 쓰레기가 됐으니 마음이 약해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숨이 목까지 차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걷다,  리다를 반복하며 달리기를 이어갔다. 호흡이 터지고 땀이 나자 조금은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목표를 잡았다.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이 조금은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뛰면서 만날 수 일었던 풍경들


두 번째는 새로움을 내게 줘야겠다. 몇 달 동안 같은 패턴으로 살아왔다. 결국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번 쉬는 날엔 밴쿠버에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내 안에 있는 기분을 조금은 환기를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돌아오면 조금은 다른 표정으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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