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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Dec 17. 2021

캐나다 계절 냄새, 겨울

Life in Canada

계절에는 냄새들이 있다.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늘 내가 알고 있는 계절의 냄새들을 맡을 수 있을 때이다. 겨울은 찬 공기가 콧속으로 밀려와 상쾌함을 주고 잔잔하고 가라앉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름 내내 들떠있는 공기들이 겨울이 되자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자동차 시동 소리도 다른 계절보다 명징하게 들린다. 겨울이 왔다.


캐나다에서 두 번째 겨울이다. 휘슬러에서 한 번, 스쿼미시에서 한 번. 차로 한 시간 거리지만 겨울엔 많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겨울 내내 비가 오는 스쿼미시와는 달리 휘슬러는 그 강수량들이 적설량으로 바뀐다. 새벽 내내 눈이 쌓인다. 눈의 입자도 커 하얀 세상으로 바뀐다. 휘슬러는 눈이 펑펑 내린다는 말이 절로 이해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제설 작업 시스템이 잘 갖춰있고 윈터 타이어가 아닌 타이어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 캐나다의 겨울은 평온하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에는 차분함을 준다. 캐나다에는 아직까지 장작을 때는 집들이 많다. 현재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도 나무를 판매한다. 여름에는 잘 팔리지 않던 나무들이 겨울이 되자 꾸준한 판매가 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길을 걷다 보면 장작 타는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다. 어릴 적 시골집이었던 외할머니댁의 기억이 연기처럼 난다.


작년 겨울은 내게 조금 힘들었던 시기였다. 한국에서의 겨울.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힘들었다. 지원하는 회사들에게 거절을 당하고, 지원했던 시험들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자존감은 바닥이었고,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시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아니 어쩌면 생각이 너무 많아 하릴없이 동네를 걷기만 했다. 작년 한국에서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어떠한 냄새도 맡지 못했다. 


차분


캐나다 겨울 냄새는 장작이다. 장작을 때우는 집들을 지나칠 때면 나는 냄새. 불그스름한 장작이 뿜어낸 냄새가 푸른 밤을 타고 코끝을 스친다. 집 안에서 난롯불이 타닥거리는 상상을 더한다. 그러면서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비가 오지 않는 겨울날이면 주택 거리를 산책 코스에 편성한다. 조용하고 차분한 냄새를 갖고 트레일 길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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