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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Dec 31. 2021

2021년 마무리는 캐나다에서

Life in Canada

2021년은 내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해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선택했기에. 2021년 초봄, 찬바람이 불어 아직 봄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시기에 캐나다에 기회가 생겼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오랜 생각이 순간 또렷해졌다. 그리고 내린 결정을 내렸을 땐 완연한 봄이었다. 머릿속에 머물고 있던 결정을 부모님께 보여드렸을 때, 흔쾌히 내 결정을 존중해주셨다. 항상 내 결정에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라 감사하다. 


코로나 웨이브가 몰아쳤을 때, 출국을 해야 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입국절차도 까다로웠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과 해야 할 것들 투성이었다. 그리고 예측 불가한 것들이 일상이던 시절.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힘들긴 했지만 아름다웠다. 정적인 삶을 살아오던 나에게 생동감이 넘치던 시기였기에. 2021년의 봄은 도전이었다. 아마 그때가 아니면 못했을 선택이지 않을까. 


앞으로 머나먼 여정을 떠나기 전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내가 옆으로 샌 길을 걷고 있을 때, 사회의 길을 걷고 있는 친구 2명이 있다. 그 친구들은 내가 캐나다를 간다고 했을 때, 나의 용기를 응원해줬던 친구였다. 그 친구들은 나에게 여행 같은 삶을 응원해주며 큰 가방을 선물해줬다. 필요했던 백팩이었다. 그 친구들이 준 가방 안에 새로운 추억을 담을 준비를 했고 조금은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캐나다로 왔다.


초여름에 와서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내 머리카락이다. 이곳으로 온 후 한 번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 꽤 많이 길었다. 하지만 누구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라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 눈치 보며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는 중이다. 


2021년 여름은 낭만이었다. 외국에 살고 있다 보면 가끔 눈앞에 있는 상황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위 산 뒤로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모든 것이 천천히 흘렀을 때처럼. 캐나다에서의 해는 슬픈 기운을 몰고 오는 석양이 되었다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노을이 되기도 했다. 음악을 들으면서 해를 바라보곤 했는데 어느 날의 석양은 잔나비와 함께 졌고, 다른 날의 노을은 이문세와 함께 몰려왔다. 이토록 찬란한 여유를 느끼면서 미래가 아닌 순간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맥주를 홀짝이면서 이 풍경들을 바라볼 때면 인생을 꽤나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은 흐림이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탓이었다. 평상시 비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주 내내 내리는 비는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 반짝이고 다시 2주 내내 내리는 날씨였다. 처음에는 자주 내리는 비가 좋았지만 쌓이다 보니 기분을 축 처지게 만들었다. 힘이 나지 않았고 향수병을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졌었다. 한국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은 힘든 시기였다.


겨울은 눈이었다. 오랜만에 펑펑 내리는 눈을 봤다. 2019년 워킹 홀리데이 했을 당시 봤던 눈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은 눈으로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그런지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모든 것이 느려지긴 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몽실몽실해졌다. 



이곳에서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 만난 인연들도 생겼다. 혼자 사는 것을 알고 나에게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를 초대해준 캐네디언 가족, 산악자전거와 자전거 수리를 공짜로 해준 마르틴, 편의점에 올 때마다 나에게 장난쳐주면서 말 걸어주는 이름 모를 친구들, 그리고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이루어서 그런지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주던 어느 백인 아저씨까지. 이 분들 때문에 영어도 늘고, 똑같은 일상에 소소한 재미까지 느끼게 해 준다. 모두 여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다.


2021년은 도전이자 여행이었다. 좋은 일, 나쁜 일 적당히 섞이며 내게 찾아왔었다. 여행하다 만난 반갑지 않은 암초들을 잘 해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실수도 많았지만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만족했던 한 해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2021년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힘듦이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내년엔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불행한 일만은 생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에는 우리 모두 조금은 편안해지길 바라며,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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