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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an 22. 2022

3개월 만에 밴쿠버 나들이

Life in Canada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다.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스쿼미시라는 곳이다. 소도시이다 보니 한인 마트가 없어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음식이 떨어지면 장을 보러 1시간 거리에 있는 밴쿠버로 나간다. 밴쿠버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식재료를 구하기 위함이다.


오랜만에 밴쿠버로 나갔다. 콧바람 좀 쑀다. 차가 없기에 버스를 타고 나갔다. 왕복 세금 포함 33.6불. 같은 거리 대비 한국과 비교하면 조금 비싼 느낌. 그래도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고 좌석 크기도 넓어 나름 만족을 하며 타고 갔다.


밴쿠버에 도착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많은 양이 아닌 미스트처럼 흩뿌려지는 비였다. 스쿼미시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아 우산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냥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녔다. 최근 코로나가 심해져서 인지 길거리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야외에서는 마스크 의무가 아님) 어제부터 고대하던 짜장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3개월 만에 짜장면이다.


한국식 일반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영화나 예능에서 자장면을 먹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침이 고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엔 짜장면이 없다 보니 밴쿠버에 나갈 때마다 짜장면을 주로 먹는다. 3개월 만에 외출이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앉은자리에서 처리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계속 들어갔다. 맛있게 식사를 한 후 계산을 하고 나왔다. 오랜만에 먹는 거라 그런지 만족스러웠다. 팁도 같이 카드로 계산했다. 그리고 밴쿠버 속 작은 섬인 그랜빌 아일랜드로 갔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면 10분이면 간다. 사실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서 있을 당시에도 간 적이 있다. 그때 당시 기억이 너무 좋았고 한국에서도 생각이 나 그랜빌 아일랜드를 선택했다.



버스를 내리고 왼쪽으로 조금 걷자 그랜빌 아일랜드 문구가 나를 반겼다. 빨간색 빛을 발산하는 글자들이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더 밝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랜빌 아일랜드 터벅터벅 한 바퀴를 걸었다. 그대로이면서 아닌 듯했다. 확연하게 관광객 수가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 이유로는 평일인 것과 코로나의 영향인 듯 보였다.


그랜빌 아일랜드는 퍼블릭 마켓이 유명하다. 신선한 생선부터 고기, 과일, 커피, 길거리 음식, 중국 음식 등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전통 시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도 코로나를 피해 가기 어려웠다. 전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없었다. 예전엔 발을 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상점 몇 개도 사라진 것 같았다. 텅 빈 공간들이 보였었고, 굉장히 다르게 느껴졌다.


퍼블릭 마켓 실내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둘러보았다. 퍼블릭 마켓 속 작은 카페가 보였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모카를 주문했다. 하지만 크림은 뺐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방금 전에 짜장과 탕수육을 처먹은 건 나는 기억을 못 했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서 햄버거 세트 속 콜라를 제로 콜라로 시키는 것 같은 현상. 어쨌든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 모카 레귤러 사이즈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바닷가 앞에 밴치가 있다. 한 사람이 앉아 있었고, 그 뒤로 그랜빌 아일랜드 주민들로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나에게로 왔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갈매기 몸통 크기가 크게 느껴졌다.


실제로 보면 크기가 크다...


주변 기프트 샵을 돌아다녔다. 커피 머그컵을 하나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과 디자인 사이는 길 다린 거리가 있었다. 관광지이다 보니 가격대가 있었다. 결국 만족시킬만한 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저 조금 서성거리다 나왔다. 기프트 샵은 많은데 손님들은 별로 없었다. 과연 월세는 감당이 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스쳤다. 내 통장 잔고를 떠오르자 저런 생각들이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점차 하늘은 낮아지고 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모카를 마시며 밴치에 앉았다. 그리고 바다 위를 오가는 유람선들과 그 옆을 지나가는 오리들을 바라봤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였다. 無의 상태. 그러다 마침표 없는 문장들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지금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아마 스쳐가는 고민들에 대한 생각이었겠지.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언제나 같은 날이 오고 언제나 같은 일을 하는 삶을 살짝 벗어나서 그런지 힐링받는 느낌이었다. 비록 날씨는 좋지는 않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 살다 보면 지금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해외여행이 되는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삶이다. 하지만 뻐근한 일상이 특별한 여행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저녁 버스를 타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비 줄기는 더 굵어졌다. 아침부터 일정을 소화해 조금은 지쳤지만 마음은 개운했다. 다시 내 구역에서 반복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만 조금은 다른 표정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끔 이런 샛길 같은 날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하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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