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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스 Jan 30. 2022

한국에서 듣고 싶지 않은 소식, 부고

Life in Canada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밖을 나가도 포근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을 보니 어느새 봄이 온 듯하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생명이 움트는 봄, 곧 있으면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들도 볼 수 있겠지. 집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를 봤다. 알맞게 마시고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동생에게 카톡이 하나 왔다.


XXX 삼촌 돌아가셨대.


가슴이 철렁했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명절이면 항상 우리 집에 오셔서 같이 차례를 지내고 소주도 한 잔 했었던 삼촌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특별한 행사에는 보았던 삼촌이었다. 나에게 항상 웃으면서 나에게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수려한 얼굴에 지닌 그 웃음이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선하다. 한국의 평범한 삼촌들의 모습이다. 내게 평범함을 주던 삼촌이 돌아가셨다.


잠이 오지 않았, 아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천장을 바라봤다. 어떤 생각이 들다가 사라지고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슬픔과 상실감 그리고 허무함이 몰아쳤다. 응어리 같은 것이 가슴에 얹힌 느낌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밖에 사이렌이 울렸다. 어디 사고라도 났을까. 잠시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심해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언제 잠든지도 모르겠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그냥 일상이었다. 출근을 했고 일을 하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상세한 이야기. 삼촌께서는 출근 준비를 하시다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한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리고 얼마나 허무하셨을까.


슬픈 노을


일하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으로 일을 했다. 다행히 진상이나 내 신경을 건드리는 손님들은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오늘은 참기 어려웠을 것 같았다. 날씨는 왜 이리 아름다운지. 지겹도록 오던 비가 그리웠다. 


How are you? 영어권 나라의 기본적인 첫인사. 직역을 하면 잘 지내?라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말로 의역하면 안녕하세요? 정도. 하지만 오늘은 잘 지내라는 말로 계속 들려 몇 차례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다행히 별 탈 없이 퇴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술을 하나 샀다. 위스키를 한 잔 따르고 방에서 간소하게 삼촌의 명복을 빌었다. 무거운 정막이 싫어 넷플릭스를 켜놓고 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가장 친한 친구. 어제, 오늘의 일을 말을 했다. 괜찮아?라는 친구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언제 이렇게 울었는지 모를 만큼 울었다. 마치 응어리를 토해내듯 울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 말 없이 친구도 울고 있었다. 지금도 너무 고맙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삶의 한 복판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라고 말한 어느 유명한 일본 작가의 말처럼 우리에게 죽음은 사실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말도 아닌 우리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죽고,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항상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내일 빨래를 생각하고 내년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아이러니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숨결이 바람이 되는 순간이 한 찰나이니깐 말이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 할 때 조금이나마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선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위태롭지만 아름답기 때문이니까.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났다. 오랜만에 꿈 없는 잠을 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밥 먹고, 출근하고 일을 했다. 해가 떨어지고 퇴근을 했다. 그리고 그날, 밤하늘에 유난히도 빛나는 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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