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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9. 2023

공식 시험 일주일을 보내며

영국은 지금 아주 중요한 시험 두 개가 치러지고 있다.


GCSE(중등교육검증 자격시험)

GCE(대학 입학시험 A-Level)


GCSE는 세컨더리 11학년이 치르는 시험으로 과목이 보통 9개 정도이며, 과목별 수학은 3개, 영어는 4개, 과학은 6개, 외국어는 3개, 그리고 다른 과목들은 보통 2개의 시험지가 있다. 그래서 한 학생이 치르는 시험지 개수는 보통 20~25개 정도 되는데 하루에 많아야 2개 정도 본다. 그래서 학생들의 시험은 4주에 걸쳐서 치러진다. 5월 16일부터 5월 26일까지. 그리고 중간 방학 일주일 쉬고, 6월 5일부터 6월 16일까지 보면 대장정의 막이 내린다.


GCE는 보통 한 학생이 3~4과목 정도 하는데 한 과목당 3개~4개의 시험지가 있어 평균 10개 정도의 시험지가 있다. 시험 시간은 대부분 시험지당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된다.


그동안 모의고사만 해봤고 이번이 첫 공식 시험이다.

그리고 나는 이 시험 기간 내내 거의 대부분 Back room이라 부르는 곳에서 한 학생을 담당한다.

나 말고 옆 세 곳도 1:1룸인데 그 세 학생은 내가 맡은 학생보다 훨씬 주의가 필요한 학생들이다.


모두 발작 증상이 올 수 있어서 월요일 아침 시험에 투입되기 전에 back room에서 일하는 감독관들은 학생주임 교사의 방에 소집이 되어 우리가 맡은 학생들에 대한 유의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했다.


- 학생에게 감정이 실린 따뜻한 말투는 금지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사무적으로 말하라는 뜻은 아니고 정확하게 전달 및 설명하는 말투 이외의 추가적인 감정이 실린 위로하는 말투는 하지 말라는 뜻이다.


- 학생이 쉬는 시간을 요청해서 밖으로 나갈 때 발작이 일어날 것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학생이 그런 감독관의 행동을 통해 불안해하고 결국 발작을 야기할 수도 있다.


- 발작이 오면 목에 담요 등을 대주는 것 말고는 학생을 움직이려 하지도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넣는다. 또한, 발작 시작 시점을 기록해 놓는다. 발작이 40분 이상 지속되면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작시간 동안 정지되었던 시험을 깨어난 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확한 시간 기록은 필수이다.


- 발작증세가 있고 기절을 했던 상태에서 깨어나면 차근차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이며, 학생에게 발작과 기절을 얼마동안 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시험을 지속해서 볼 것인지를 물어보고 보겠다고 하면 시험이 멈췄던 시간에서 다시 카운팅 하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만약 도저히 시험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면 매니저에게 연락하고 시험을 마무리한다.


- 나머지 특이 사항 및 위기대응 FLOW CHART는 시험 관련 자료가 들어있는 박스에 상세하게 있으니 읽어보면 된다.



레베카가 담당한 학생이 가장 심각한 경우로 그 교실은 벽에 설치된 라디에이터를 요가매트로 모두 감싸놓았고, 의자옆에는 스포츠 매트를 깔아놓았고, 책상과 접해있는 창가에는 학생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평소에 학생이 가지고 다니는 fidget toy들을 학생이 가져다 놓았다.


시험이 시작되고 30~40분 정도 있으면 창밖으로 레베카가 시험지를 품에 앉고 그 학생을 데리고 학교 뒤 숲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학생은 언제든지 쉬는 시간을 요청하고 감독관과 함께 학교 경내에서는 산책을 하고 돌아와도 된다. 이때 감독관은 시험에 관련된 자료들을 두고 가면 안 되고 모두 챙겨서 들고나가야 한다.


월요일 시험은 하다가 중간에 포기했고, 목요일엔 9시에 시작해 11시에 끝나는 시험이 오후 2시가 되어서 끝났다고 한다. 그 사이 발작 증상이 4번이나 왔었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데 까지 노력한 그 학생이 안쓰럽고 대견하다. 그리고 그 학생 한 명을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학생주임, 시험매니저, 학생상담직원, 그리고 무엇보다 발작증세가 올 것을 대비해 항상 긴장상태를 늦추지 않고 있어야 하는 레베카, 모두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중간에 시험 매니저는 레베카에게 화장실에 갈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잠깐 교대를 하기도 한다. 아무나 교대하면 학생이 불안해 할 수 있어서 평소에 교감을 주고받던 사람이어야 한다.


오늘도 창밖으로 레베카와 그 학생이 학교 뒤 숲으로 가는 게 보였다. 나는 시험이 10시 반에 끝났는데 레베카는 1시가 되어서야 시험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작인데 과연 이 친구가 시험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담당한 학생은 ADHD와 ASD(자폐스펙트럼 장애), FND(기능성 신경 장애), 비간질성발작 증상이 있는 학생이다. 일주일 동안 다행히 그 어떤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 단, 시험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내 시험지를 덮어버린다. 그리고 다 했다고 가겠다고 한다. 시험 규칙상 시험 시작시간 1시간을 넘기면 학생은 시험을 언제든 종료하고 나갈 수 있다. 시험이 보통 과목 하나당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된다. 수요일 아침 시험을 다른 학생들에 비해 30분 일찍 끝내고 오후 시험이 없어 집에 간다고 했다. 목요일 아침 두 과목을 바로 연달아 봐야 하고 각각 1시간씩 배정되어 시험을 사전에 종료하고 나갈 수 없다고 하니 실망을 하면서, 어제 시험 끝내놓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시험 보고 있을 때 시내까지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 나가 스타박스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냐며... 오늘도 그러려고 했는데 틀렸다고 속상해했다. 규칙은 규칙이다.


정신이 나갔지 시험을 집중해서 없는 시간까지 끌어다 봐도 모자랄 텐데 얼른 끝내고 시내 나가 커피 마실 생각이나 하냐고 질책할 마음이 내 안에는 조금도 없다. 이것 또한 학생이 정신적으로 병적으로 넘지 못하는 벽이 있어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얼마나 학생이 밝은지 모른다. 자신은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있고 캐나다에 있는 대학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여름엔 스페인 카탈루니아로 가족들이 휴가를 간다고 했다. 시험 중간중간에도 나에게 말을 시킨다. 난 최대한 학생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지만 시험은 시험인지라 어느 정도 선에서 학생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한다.


이번 시험에서 GCSE를 보는 학생 가운데 발작이 일어날 수 있는 학생은 4명이다. 그리고 GCE시험을 보는 학생 중에는 한 명이 있다. 평범한 학생들은 시험 자체만 걱정하면 되는데 이런 학생들은 시험 보다도 시험을 보는 동안 발작이 일어날까 봐 그것을 더 걱정하고 두려워한다.


부디 내가 담당한 학생 포함 이 친구들 모두가 시험을 완벽하게 볼 수는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주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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