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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8. 2023

O! ABC 주스

onion+beet+apple+carrot

한국에서는 직장 생활만 하다가 영국에 와서 본격적인 주부놀이가 재미있었다. 호기심도 많아 베이킹, 영국음식을 포함한 서양음식 등등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잔머리를 굴려 영국에 있는 재료로 한국의 음식을 흉내 내보기도 했다. 영국은 식재료가 한국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이라 베이킹을 하는데도 한국에서 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친정엄마가 다녀가셨는데 밀가루, 우유, 야채 등등의 가격이 엄청 싸다고 놀라워하셨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양파, 당근을 쪄서 사과와 아침에 갈아먹으면 몸 안의 염증을 없앨 수 있다는 글을 접했다. 영국은 많은 야채들을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지에서 수입해서 먹는데, 이 주스를 만드는 재료는 대부분 영국에서 키우는 야채들이고, 그만큼 저렴해서 한번 시도해 보았다. 비트를 좋아해서 다른 야채와 같이 쪄서 갈아먹는데 색감이 참 예뻐서 왠지 더 맛있어 보인다.


만드는 방법(2인)

- 양파 작은 거 2개

- 당근 큰 거 1개

- 비트 큰 거 반개

- 사과 1개

- 물 500ml(재료양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 양파는 통으로, 당근은 블렌더에 넣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비트도 당근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 인스턴트팟에서 6분 정도 찐다. 양파가 너무 푹 익으면 흐물흐물거리고 또 설익으면 양파 냄새가 강하기 때문에 적당하게 익혀줄 필요가 있다. 인스턴트 팟에 6분 스팀기능으로 하니 아주 딱 적당하다.


* 보통 4일 치를 한꺼번에 찐다. 3일마다 하면 너무 자주 해놔야 하고, 5일은 또 보관이 길어지면 신선도가 떨어질까 싶어 적정하게 내 맘대로 4일치씩 야채를 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 인터넷에서 본 것은 정확하게 야채별 그램 수치가 나와있는데 그렇게 하면 번거로울 것 같아 나름 대충 정해서 해 먹고 있는데 먹을 때마다 야채와 사과 크기 또 품종에 따라 맛도 다르다.

찌기 전
찌고 난 후


이렇게 매일 아침 주스를 갈아 마신 지 3년 차이다. 일주일치 주스를 내려 먹는 비용은 모든 재료 합쳐서 약 8파운드(12000원 정도) 정도이다. 남편과 나의 아침은 에스프레소 한 잔, 삶은 계란 하나, 주스 한 잔이 다다. 2년 정도 매일 내려마시다가 작년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건강검진을 했는데, 한국을 떠나기 전 5년 전에 했던 남편의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이 의심된다고 했었는데 그건 없어지고  혈액이 아주 깨끗하다고 했다. 난 그때부터 이 주스의 힘을 믿고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내려 마시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이 있고 건강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권해주고 있다. 나이 들수록 몸속에 생기는 염증을 줄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지키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머니 칠순을 맞이해서 어머님 친구분들을 모두 초대해서 파티를 할 때였다. 남편이 어려서부터 이모처럼 알고 지내는 어머님 친구분인 아니타, 내가 이 주스 이야기를 하니 관심을 가지고 종이까지 꺼내 메모를 하셨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그녀의 남편인 테리가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 툭 던진다.


'도대체 아니타와 무슨 말을 주고 은 거니. 너 때문에 이제 아침에 양파냄새 풀풀 풍기며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주스 따위를 마시게 생겼으니 책임져!'

'생각보다 달고 맛있어요. 모두 건강을 위한 거니까 해주면 맛있게 드세요!'


아니타가 이 주스를 꾸준히 마시는지는 모르지만 난 아직도 혹시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권해주지만 그들의 눈빛은 이미 그걸 귀찮아서 어떻게 해 먹어~~라고 말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양파를 갈아 마신다는 생각 자체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다. 양파는 사실 찌게 되면 단맛이 훨씬 강하고 다른 야채들과 같이 갈기 때문에 그렇게 냄새가 강하지 않은데 아침부터 양파를 갈아 마신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이 주스를 하루를 위해 맞는 예방접종 같다고 한다. 이걸 아침에 마셔두면 하루동안  왠지 몸에  나쁜 음식을 먹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평소 그렇게 따지는  논리는 먹을 것 앞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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