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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24. 2023

눈 질끈 감고 프렌치프라이즈

프랑스 캠핑

프랑스 도르도뉴의 한 마을로 2주간 캠핑을 다녀왔다. 집에서 캠핑장까지는 900km가 넘는 어마어마한 거리로 하루에 가기 힘든 길을 우린 꾸역꾸역 운전해서 갔고, 도착하지 마자 피곤도 저리 가라... 아름다운 시골마을에 곧 빠져들었다.


캠핑은 장소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설거지거리를 많이 만들지 않으면서 슈퍼에서 공수한 재료로 끼니를 채워야 한다.

캠핑장에서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마을 성당 앞 베이커리, 아이스크림가게 및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남편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일용할 양식인 바케트와 크로와상 그리고 B가 좋아하는 파나 쇼콜라를 사 왔다.

남편은 서양인답게 하루종일 빵만 먹으라 해도 군말 없이 먹는다. 하루 세끼 밥 먹으라면 아마 못 먹을 것이다. 이런 그가 한국에서 빵도 자주 안 먹고 17년을 어찌 살았나 싶다.


바게트에 질려갈 때쯤 첫째가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으면 가보자고 했다. 프랑스 맥도널드는 영국하고 많이 다르다고... 그래서 캠핑장에서 10분 정도 운전해서 맥도널드에 도착했다. 도시 속에 있는 맥도널드만 보다가 한적한 시골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 맥도널드는 근사한 패밀리레스토랑 저리 가라였다.


첫째와 남편은 흥분을 해서는 이것저것 메뉴 고르느라 정신이 없는데 B의 표정이 좋지 않다. 보통 남들이 맥도널드버거를 먹으면 자기는 프렌치프라이즈를 먹으며 행복해하곤 했는데 오늘은 선뜻 프렌치프라이즈를 먹는단 말도 안 한다.

B의 말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는 맥도널드에서 프렌치프라이즈를 여러 가지 식물성 오일에 소고기기름을 섞어서 튀긴다고 한다. 혹시 몰라 다시 구글에 찾아본 모양이다. 그런데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B는 프랑스 맥도널드에만 있다는 마카롱(B의 최애 간식)과 치즈에그머핀을 시켜주었다. 하지만 마카롱과 치즈에그머핀을  먹으면서도 눈은 프렌치프라이즈에 고정이 되었다.

"에그머핀 맛있어? 야~ 그래도 프랑스 맥도널드에 와서 마카롱도 먹어보고 새로운 경험이고 좋다 야"

"뭐, 늘 그 맛이지 맛있을게 뭐 있어!"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프렌치프라이즈 먹어. 그렇게 먹고 싶은데..."

한참을 그렇게 프렌치프라이즈를 째려보다가 손가락을 천천히 그쪽으로 움직이다가 거둬들이기를 몇 번... 그러다가 갑자기 B의 손가락이 쏜살같이 감자튀김을 향해 꽂히더니 그야말로 폭풍흡입을 한다. 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보이는 그 어떤 행복한 미소는 찾아볼 수 없다. B가 채식을 한 뒤로 본인 스스로 이렇게 타협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 타협이 B의 표정으로 보아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곤 그날 저녁 텐트 안에서 한마디 했다.

"한국엘 가거나 여행을 할 때는 생선까지는 먹을게. 그것까지 안 먹으면 힘들 것 같아"

집에서 내가 이것저것 신경 써가며 채식식단을 챙겨줬을 때는 몰랐을 것이다. 밖에 나와보니 먹을게 생각보다 아주 많이 없다는 것을 아주 아주 뼈저리게 깨달은 캠핑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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