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Aug 06. 2023

잉글리시브랙퍼스트+메밀비빔면

넷플릭스 다큐 'Poison'

우리 식구들은 모두 쇼핑을 싫어한다. 그래서 복잡한 시내보단 외곽에 한적한 곳에 있는 M&S쇼핑몰(가격대는 유니클로정도 되고, 전 연령대 모든 종류의 옷을 팔며 슈퍼마켓도 같이 있다)을 좋아한다. 특히 남편은 일 년에 한 번 옷을 산다. 그건 여름이다. 다음 학기에 입을 셔츠 5개, 바지 1개, 양말, 속옷. 그리고 휴가를 간다면 휴가지에서 입을 셔츠 한두 개 사는 것이 전부이다.


늘 정해진 옷들을 사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나와 B는 카페에 갔다. 시간은 오전 10시였고 B가 아침도 먹지 않고 따라왔기에, 그리고 메뉴에 아주 크게 Big Vegetarian English Breakfast라고 적힌 게 눈에 띄어 그것과 차 한 주전자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푸짐하고 맛도 그리 나쁘지 않은 아침을 B는 빠르게 먹어 치웠다. 플레이트에는 수란 2개, 토스트 한 조각, 베이크드 빈, 할루미 치즈 세 조각, 해쉬브라운 두 개, 아보카도매쉬가 나왔다. 비채식메뉴에는 소시지, 블랙푸딩(영국의 순대)이 나온다. 채식을 하기 전에 B는 영국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블랙푸딩을 아주 좋아했었다.


영국은 이렇게 늘 일반 메뉴 밑에 채식메뉴가 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을 갔을 때도 메뉴 고르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큰아이는 지금 지역청소년오케스트라 합숙을 갔는데 메뉴 자체가 채식과 육식이 같이 짜여있다.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큰아이와 같이 육식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메뉴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푸짐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저녁으로는 텃밭에서 오이와 상추를 따와 메밀면을 삶고 비빔면을 만들었다. B에게 내가 정리해 놓은 레시피북에서 비빔면 소스를 보고 직접 만들어보라고 했는데 제법 잘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시도해 보고 가족 모두의 만족도가 높은 레시피는 내 레시피북에 따로 적어놓는다. 큰아이는 혼자 있을 때 가끔 그 책에서 뒤져서 본인이 만들어 먹고 싶은 것을 뚝딱 잘 만들어 먹는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하면 새 노트를 사서 하나씩 정리해 선물로 주려고 한다.


 B가 비빔면을 먹으며 한마디 했다.

"엄마, 너무 맛있어. 그리고 메밀면은 왠지 매우 ethical(윤리적으로) 해 보여."

뭔가 거칠어 보이지만 가공되지 않은 참 맛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그리고 전날 넷플릭스에서 "Poison"이란 미국의 식품안전에 관한 다큐가 매우 인상에 남아 더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

이전 24화 레닛(Rennet) 치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