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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09. 2023

닭강정에 무너진 B의 채식 여정

여름방학에 프랑스로 캠핑을 2주 다녀온 뒤, 큰아이가 내년 이맘때 즈음 원서를 쓸지도 모르는 대학의 입학설명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B는 어쩔 수 없이 외식이 잦아지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곤 어느 날 고민을 털어놓았다.

"엄마, 나 치킨이 먹고 싶어. 그동안 많이 참았는데 이제 더 이상 힘들어서 못 참겠어!"

"먹어. 그럼. 일단 먹고 다시 안 먹고 싶은 맘이 들면 또 안 먹으면 되지"

그래서 나는 주말에 닭다리살을 사서 닭강정을 만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맛있게 많이도 먹어대는지... 다음날 다시 슈퍼에 가서 닭고기를 두배로 사서 또 닭강정을 만들었다. 이틀 동안 닭을 3kg 넘게 튀겨댔다. 그동안 못 먹은 것을 다 먹어치우려는 듯이 점심, 저녁 모두 닭강정을 꺼내서 먹으며

"난 엄마 요리가 참 좋아. 엄마 너무 고마워"

그래서 나는 내친김에 닭볶음탕도 하겠다고 하니 튀김닭만 먹겠다고 했다. 고기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음식은 먹지 않겠다는 거다. 튀김옷으로 고기가 가려지고 한입에 먹어서 고기를 자기눈으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음식은 그나마 양심의 가책을 덜 받으며 먹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일단은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 닭강정을 해주면 먹겠다고 했다. 나머지 육류는 여전히 먹지 않겠다고도 했다. 우린 내친김에 그냥 다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에 닭고기는 먹으면서 다른 육류는 안 먹겠다고 하는 기준이 뭐냐고 B에게 따져 물었고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 울음에 그동안 B가 얼마나 많은 유혹을 물리치며 고민을 했었는지와 결국은 타협을 하고만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많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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