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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0. 2023

B의 채식여정 1년 결산

잡식으로 돌아가기

정말 딱 1년이 되었다. 갑자기 B가 채식을 선언한 지.

그리고 일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이 확고했던 아이가 갑자기 여름부터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달에는 닭고기를 먹겠다고 선언하더니 며칠 전 자신이 이제 고기를 먹겠다고 했다.

소떡소떡에 소시지도 먹고 싶고, 햄샌드위치도 먹고 싶단다.

일 년 동안 참아왔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B의 마음이 아주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좀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해. 우린 네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해도, 먹겠다고 해도 지지할 거야.'라고 말했더니,

"아니, 내가 먹겠다고 결정해서 이야기했는데 왜 그렇게 말해!" 괜히 화를 내며 퉁명스럽게 쏘아댄다.

"뭐 내가 뭐라 했다고. 엄마는 다 괜찮다고 얘기하는데..."


그리고 며칠 뒤 나는 B에게 제안을 했다.

"채식을 그만두는 게 마음이 아주 불편하면, 가족 모두 한 달에 한번 고기요리 중에 먹고 싶었던 것 실컷 먹는 날 정해서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 볼게......"라며 자리를 피했다.


나는 오늘 소갈빗살을 사다가 얼려서 얇게 저며 불고기 양념을 재워놓았다. B에게 먹을 거냐고 물으니,

"지금은 결정 못하겠어. 이따가 말해줄게"


저녁때 다른 반찬 따로 하지 않고 불고기만 해서 상위에 올렸다. B가 나를 보며 먹겠다고 했다. 고기 한 점을 입게 가져가서 음미하더니..."엄마, 정말 맛있다!" 


이렇게 B의 첫 채식주의 여행을 끝이 났다. 일단 고기를 먹기로 했지만 언제 다시 돌아가도 좋다고......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남의 시선 신경 쓸 필요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가볍게 한마디 던진다.

"엄마, 나 일단 키 좀 커 놓고 다시 생각해 볼게!" 

B는 안다. 채식을 한다고 키가 안 크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이 선언한 것을 뒤집을 만한 명분을 그렇게 찾은 것 같아 보였다.


B가 많은 난관에도 꿋꿋하게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채식을 고집한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함께 고민한 일 년이란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매우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시간들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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