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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Sep 03. 2023

어머님의 굿나잇 메시지

외로움+그리움

일요일 아침, 남편이 전날 모카포트에 앉혀놓은 커피를 내려 침실로 올라오더니 바로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일요일은 느긋하게 있어도 되는데 무슨 일인가 싶어 물으니,


"엄마가 어젯밤에 good night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제 자느라 못 보고 아침에 봤어. 엄마가 외로운 거 같아. 밤에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걸 보면. 얼른 가서 아침이라도 같이 먹고 와야겠어."


어머님이 자주 그런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지만 가끔은 밤에 남편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낸다. 시누이 둘에게도 보냈는지는 모른다. 그럼 남편은 그 메시지가 그냥 굿 나이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온 마음이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그렇다고 남편이 엄청난 효자는 아니다. 성년이 되고 외국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았으며 본인에게 점점 어머님의 일상이 책임으로 더해지는 것을 아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맘 약한 사람인지라 밤늦게 어머님의 굿나잇 메시지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큰 외로움과 그리움을 담고 있어 일요일 아침 남편을 그리로 달려가게 만들고도 충분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어 깨워봤지만 개학전날 늦잠을 만끽하고 싶은 아이들은 짜증만 내고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도 선뜻 준비하고 나서기가 무엇해서 텃밭에서 오이만 몇 개 따서 어머님 가져다 드리라고 가방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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