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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Cere에서 만난 부자(父子)

와인

by Jin

이번 여름 보르도뉴 캠핑은 2주간이었다.

하루는 캠핑장안에 있는 수영장과 도르도뉴 강변에서 물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동네 산책을 하며 보내고

다음날은 동네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여행 말미 Saint Cere라는 동네에서 마켓이 열린다고 해서 가보았다.

시 광장에 각종 농산물과 그곳에서 유명한 호두로 만든 제품들, 빵을 파는 가판들이 즐비했다. 우리는 복숭아, 딸기, 멜론을 사서 그늘을 찾다가 광장의 한쪽 코너에 하얀 천막들이 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켓이 여기가 끝이 아닌가 보다 해서 가보자고 하니 아이들은 이미 더위에 지쳐 그냥 가자고 하는 걸 내가 여기까지 와서 무조건 볼 건 보고 가자하며 아이들을 이끌었다.


나에게 그곳은 천국이었다!

한 20곳도 넘은 지역 와이너리에서 와인 마켓을 연 것이다.

입구에서 와인 잔값을 내고 그 잔을 들고 이곳저곳 다니며 와인을 맛보며 이야기도 하고..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을 가 싶다. 프랑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공짜 시음... 영국이나 스위스의 와이너리에도 가보았지만 모두 돈을 내야 시음을 할 수 있다.


남편은 운전을 해야 하니 맛만 보고 뱉어내야 했지만 나는 아주 입에 맞지 않는 와인이 아니면 뱉어내지 않고 모두 모두 마셔버려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가 되었을 즈음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몰려있던 곳에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우리도 그곳으로 갔다.

너무나 친절한 아버지와 아들이 보르도에서 2시간 넘게 운전을 해서 왔다고 했다. 아들은 영어를 조금 했지만 아버지는 영어를 못하니 와인을 즐겁게 시음하는 나와 딸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잔이 비면 바로바로 따라주었다. 로제와인이 무엇보다 맛있어서 그것을 두 병만 사가지고 가자고 하니 한 병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가격을 물으니... 세상에... 5유로... 이 맛에 5유로라니... 작은딸이 한마디 한다.

"엄마, 여기 와인이 아주 끝맛이 달콤하고 좋아. 저쪽 와인보다 훨씬 맛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싸지? 우리가 돈 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어느새 와인 전문가가 다 된 것처럼 말하는 아이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이곳의 와인은 참 싸다. 보통 병당 10유로를 넘지 않는다.

프랑스로 캠핑을 가는 또 다른 재미는 지역의 와이너리 한 두 군데 가서 맛이 좋으면 박스채로 사가지고 와서 지나가버린 꿀맛 같은 휴가를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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