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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16. 2023

 라비올리 사건! The Ravioli Incident

B는 파스타 종류를 좋아한다. 특히 도시락으로 라비올리 싸주면 좋아한다. 슈퍼에 가면 라비올리(이태리 만두) 재료가 다양하다. 보통은 잣과 버터넛호박을 넣을 것을 사는데 이번엔 그것이 없어서 리코타치즈랑 호박이 들어간 것을 사 왔다. 팩 하나를 뜯어 시락에 반 정도 사용하고 남은 반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을 해가지고 B가 내 방으로 올라왔다.

'엄마, 이거 고기 들어갔잖아! 왜 뒤에 재료 설명을 자세히 안 보는 거야!' 원망 가득한 눈으로 나를 비난했다. 억울했다. 큰 글씨로 써진 재료만 봤고 작은 글씨로 적어 놓은 것을 보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 미안해, 근데 엄마가 이런 실수 한 적 없잖아, 처음이잖아, 큰 글씨만 봐서 그래. 다음부터 조심할게.'라고 했더니, 이미 먹은 건 어떻게 하냐며 울먹였다. 난 짜증이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먹은 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까지 그래, 울지 말고 잊어버려!' 그랬더니 자기 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동안 내가 저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맘을 몰라주나  속이 상했다. 지가 나중에 스스로 요리해 봐야 얼마나 힘든지 알겠지라고 생각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다음은 그날 B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I was in school at lunch time when i opened my lunchbox. I was expecting my usual ravioli filling but as I bit in for my first bite, it tasted strange. I opened up the ravioli to find cheese and bits of dried tomato. ' Nothing special'  I thought. I was relieved to find there was no meat in it but I still had a weird feeling. I decided to be on the safe side so I just had the ravioli skin as I was starving. I tried to eat as much as possible because I didn't want to get told off by my mum. When I came home from school, I told my mum, tongue-tied, about why I didn't finish my lunch. She explained she checked all the ingredients for any sign of meat and told me to not worry. Luckily she did not get mad with me.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나는 평소 내가 먹던 라비올리를 생각했지만 한 입 먹자마자 맛이 조금 이상했다. 나는 라비올리를 벌려보았고 치즈와 말린 토마토가 보였다. '별거 아니군'이라고 생각했다. 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안심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라비올리 피만 먹었다.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최대한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집에 와서 왜 도시락을 다 먹지 않았는지 말을 하려고 하는데 혀가 꼬여버렸다. 엄마는 재료를 다 확인했고 고기가 들어갔다는 것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엄마는 나한테 화를 내지 않았다.


It didn't end here.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The next week when it was half term, I opened up the fridge and asked if I could have the left over ravioli for lunch. She told me it was the one I didn't like so I requested to have noodles instead. I walked back to the fridge and looked at the ravioli ingredients, curious. I skimmed through the list, knowing there was no meat contained but what came next shocked me. My eyes locked on one word. Pork. I rushed upstairs to my mum and told her about this. I was angry at first. Next, I was sad. My eyes watered and soon, tears dripped down my cheek. I knew my mum was sorry but I couldn't help how I really felt. A message  kept repeating in my head, 'I ate pork, I ate pork.'

그다음 주는 하프텀 방학이었다. 냉장고를 열어보았고 엄마한테 점심으로 남은 라비올리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그 라비올리가 내가 좋아하지 않은 거라며 차라리 라면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다시 냉장고를 열었다. 호기심에 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료를 훑어보았고 바로 충격에 휩싸였다. 내 두 눈은 한 단어에 꽂혔버렸다. 돼지고기. 나는 엄마가 있는 이층으로 뛰어올라가 이것에 대해 엄마에게 말했다. 처음엔 화가 났다. 그다음엔 슬펐다. 눈에 눈물이 고였고, 곧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엄마가 미안해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나는 돼지고기를 먹었다. 나는 돼지고기를 먹었다'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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