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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15. 2023

마시멜로와 이별하기

예전에 프랑스 캠핑 가서 만난 네덜란드 친구 아리와 마리엔(우리보다 연세가 많지만 친구다)이 방학을 맞아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손님을 모셨으니 평소 채식위주의 식단은 포기하고 일단 손님대접을 했다. 그래서 식탁 위에 평소  B가 좋아하던 육류 음식들이 가득했다.  B는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자기 앞에 놓인 음식만 먹었다. 남편과 큰 딸은 오랜만에 보는 고기반찬에 호사를 누렸다.


식사를 하고 동네 강가로 산책을 나갔다. 아담한 커피숍에서 어른들은 차를 주문하고 B는 핫초콜릿을 주문했다. 날씨도 좀 쌀쌀해서 핫초콜릿 한 잔이 절실했다. B의 핫초콜릿에 작은 마시멜로가 둥둥 떠서 나왔다.

'와우! 네가 좋아하는 마시멜로까지 있네, 좋겠다. 맛있게 마셔~'라고 했더니, 나를 원망 가득 차 눈으로 한 참을 바라보더니 컵을 내 쪽으로 쭉 밀어냈다.

 '엄마, 마시멜로에 젤라틴 들어가잖아, 난 이거 못 마시지!' 그래서 얼른 티스푼으로 마시멜로를 걷어내려고 하니,

 '엄마, 이미 녹아들어 갔어, 안 마실 거야.'라고 했다. 그 핫초콜릿은 아리와 마리앤이 B에게 사준 건데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돼지 살덩어리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젤라틴 그거 들어갔으면 얼마나 들어갔겠나 싶지만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B도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도 마시멜로와의 추억을 떠올려보며 마시멜로를 맘속에서 완전히 떠나보내느라 그렇게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 B에게는 일 년에 두세 번 가는 캠핑에서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캠핑 준비물로 제일 먼저 마시멜로를 챙기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앞으로 B는 그날 마시멜로와 이별했듯이 많은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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