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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23. 2023

크리스마스 디너~ 안녕!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 작은 고모네서 모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음식은, 칠면조 구이, 거위기름에 튀기듯이 오븐에 구운 감자와 각종 뿌리채소, 소시지롤, 삶은 미니 양배추 등등이다. B가 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어머님이 따로 야채만 들어간 야채페이스트리 롤을 만들어 오시겠다고 했는데 막상 크리스마스날 깜빡하고 냉장고에 있는 것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하셨다. 혹시 몰라 나도 밤, 파, 버섯, 치즈를 넣어 만든 페이스트리 롤을 만들어 간 것이 다행이었다. 다른 음식에는 여전히 눈길도 주지 않고 내가 만들어 간 음식을 맛있게 먹고는 살짝 나에게 다가와, '엄마, 베지롤 너무 맛있었어, 고마워'라고 말해주었다.


영국 가족들은 B가 한 고집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왜 채식을 하냐고, 고기가 먹고 싶지 않냐고 묻지 않는다. 의견을 존중해 주는 편이다. 단, 할머니는 우리에게 혹시라도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약으로 챙겨주라고 만 하셨다. 가끔씩 가족끼리 모여 저녁을 먹을 때는 비건 소시지를 구워준다거나 대안을 찾아 따로 요리해 준다.


그리고 가끔은 B를 핑계로 모두가 채식요리를 먹을 때도 있다.


B의 외할머니, 즉 나의 엄마는 B가 무언가 쉽게 결정하지 않는 아이라는 것도, 쉽게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지만 볼 때마다 남들 다 먹는걸 뭘 안 먹는다고 하냐... 다 먹어도 되니까 먹는 건데... 이제 고집 그만 피우고 먹어라... 잔소리를 하신다. 그럼 B는 미소 짓는 돼지 사진을 할머니에게 들이댄다.

'할머니, 이렇게 귀여운 애들을 어떻게 먹어요? '

그럼 엄마는 할 말이 없어진다. 엄마가 봐도 그 돼지가 고기로 보이지 않고 행복한 돼지로 보이니 말이다.


많은 영국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칠면조구이이다. 크리스마스 두 달 전부터 정육점이나 슈퍼마켓을 통해 예약을 할 정도이다. B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디너와도 안녕을 고했다. 대신 내가 가을에 주워온 밤으로 맛있게 만든 베지롤로 크리스마스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올 가을에는 B와 밤을 더 많이 주워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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