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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31. 2023

저는 채식을 해요

B가 채식을 하고부터 누군가에게 초대를 받으면 제일 먼저 알려야 되는 것이 'B가 채식을 해요. 걱정 마세요. 우리 아이 음식은 우리가 싸갈게요.' 그럼 상대방 쪽에서 대부분 '아니에요. 우리가 알아서 준비할게요'라고 한다. 영국은 채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식당에 가도 대부분은 채식 메뉴들이 있기도 하고 정이나 없으면 감자튀김을 시키면 된다. 단, 감자를 식물성 오일에 튀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가끔은 비프나 거위 기름으로 튀기는 경우가 있다.


꼭 채식이 아니더라도 영국에선 누군가 초대를 하면 혹시 가려야 하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본다.  심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글루틴프리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 유제품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종교적인 이유로 기피하는 음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생일파티를 볼링장에서 한다고 초대를 받아와서는 애들이 햄버거를 먹는다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길래 친구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걱정 말라고 했다. 베지버거가 있으니 그걸 먹으면 된다고 했다. 파티에 다녀와서는 베지버거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나쁘지 않았단 뜻은 맛으로 먹었다기보단 거부감 없이 먹었다는 얘기다. 배고프면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이다. 


며칠 뒤에 가장 친한 친구집에서 생일파티가 있다. 친구가 메뉴는 피자로 정했고, B를 위해 마가리타 피자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영국에선 미리 본인이 채식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면 어렵지 않게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들의 옵션이 적으니 주어진 채식 메뉴에 만족하는 편이다. B도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음식을 많이 가려 먹었는데 본인도 이제 안다. 가려먹을 만큼 본인에게 옵션이 많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우리가 가는 치과 담당 의사인 Mr. 페이션트는 비건이라고 했다. 병원은 주택을 개조해서 작게 운영하고 있고, 정원은 모조리 텃밭으로 바꿔서 각종 야채를 길러먹고 있다. B가 한국에서 치료하고  씌운 충치 치료를 보면서 몇 번이고 감탄을 하며 영국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데 배워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B가 채식을 선언하고 며칠 뒤에 검진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갔다. B는 쑥스럽지만 페이션트에게 질문을 했다. 비건으로 사는 거 힘들지 않냐고... 그랬더니 '전혀~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걱정 마!"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생각의 차이이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채식메뉴와 재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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