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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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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12. 2024

김치하는 주말

이번주는 시험감독까지 잡혀있어서 금요일까지 일하다 보니 장을 볼 시간이 없어 냉장고도 텅 비었고 거기다가 김치통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토요일 아침 모두가 잠든 사이 일찍 일어나 장을 보았다. 한 손으로 느껴지는 배추 한 포기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어쩌랴 여기서 이거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기로 했다. 계산대에 배추 열 포기를 올려놓는데 직원이 말을 건다.

"Are you making Kimchi today?"

한국음식이 이제 많이 알려져서 김치를 아는 사람도 참 많아졌다.


언제 한번 김치를 할 때 모든 재료의 원산지를 적어본 적이 있다. 보통 8~9개 국가의 농부들이 길러낸 재료들이 한데 버무려져 나의 김치가 완성된다.     

- 배추: 포르투갈

- 마늘: 멕시코

- 생강: 인도

- 대파: 영국

- 쪽파: 이집트

- 방울무: 네덜란드

- 배: 벨기에

- 고춧가루: 한국

- 찹쌀풀: 태국찹쌀


집에 와서 물건을 정리하고 바로 배추를 절였다. 그리고 저녁 먹기 전에 김치를 버무렸다. 양념만 만들어 놓으면 아이 둘이 야무지게 김치를 버무린다. 아이들이 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난 설거지를 하면 되니 혼자 하는 것 보다야 훨씬 일이 수월하다. 그리고 꼭 한마디 한다. "나중에 너희들 독립해도 김치는 담가 먹어. 조금씩이라도. 둘이 모여서 해도 되고. 알았지?" 바로 알았다는 대답은 없다. 하기야 나도 영국 오기 전까지 김치는 엄마가 해서 보내주는 것만 먹었었다.


이제 이 정도 김치를 하는 데는 힘들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가 채식하겠다고 한 뒤로 액젓도 넣지 않고 그야말로 비건 김치를 담가 먹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먹는 김치와는 깊은 맛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난다.


늘 바빴던 엄마도 김치는 떨어지지 않게 담가놓으셨다. 한 달에 하루 쉬는 날 새벽부터 시장에 가서 김치거리를 사다가 김치를 담그셨다. 여름엔 열무김치, 물김치, 배추김치. 가을엔 총각김치, 배추김치. 나도 출근을 하고부터는 김치가 떨어진 주말이 닿으면 김치부터 담가놓는다. 남편이나 큰 딸은 김치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지만 둘째와 나는 김치는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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