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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21. 2023

독방 시험

대부분의 학생들은 강당에서 시험을 보지만 특별한 경우의 학생은 감독관 1명이 배치된 별도의 공간에서 시험을 따로 본다. 대부분 Rest Break가 허용된 학생들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공황장애, 자폐, 틱, 뇌전증, ADHD, 기면증 및 소리를 내서 문제를 읽어야만 하는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정도가 심한 경우의 학생은 감독관에게 미리 비상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을 공유한다. 코로나 이후로 이러한 학생들이 갑자기 더 늘어났다고 한다. 


주임 감독관인 리처드와 강당에서 감독할 때 있었던 일이다. 11학년 학생들 입실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리처드가 나에게 배치도를 보여주며, 이 줄 맨 뒤에 앉을 학생이 시험보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책상에 엎드려 있을 수도 있다. 심한 경우는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쓰러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길어야 15분 정도 엎드려 있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나서 다시 시험을 본다고 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 학생이 책상에 엎드리게 되면 가까이서 잘 관찰만 하라고 알려주었다. 시험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그 학생이 책상에 엎드려서 팔을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조용히 학생 옆으로 가서 서 있었는데, 10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학생이 바닥으로 쓰러졌고 손과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리처드는 바로 매니저한테 연락을 했고 매니저가 들어와서는 머리 밑에 담요를 대주었고, 우리 모두는 그 학생이 깨어나길 기다렸다.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0분 정도 흐른 뒤 학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서는 매니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왔지만 시험을 이어서 보지 않고 짐만 챙겨서 시험장을 떠났다.  이 학생의 경우는 보통 길어야 15분 정도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다시 일어나서 시험을 보곤 했기에 1:1 배정이 아닌 강당배정으로 시험을 봤던 것이다. 이럴 경우 다른 학생들이 동요될 수도 있는데 9학년때부터 이러한 환경 속에서 모의시험을 보아온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일 일수 있다. 


한 번은 대학입시반 학생의 체육 이론 시험에 배정되어 미리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학생이 2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혹시 내가 교실을 잘못 찾았나 싶어 다시 확인하기 위해 교실 밖에 나가보려는 찰나 학생은 오지 않고 해당 학생의 멘토 선생님이 들어왔다. 지금 시험 봐야 하는 학생이 건물 밖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질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너무 불안해하고 있는데 다시 본인이 나가서 학생을 설득해 볼 테니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난 알겠다고 하고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내 상황을 알렸다. 매니저에게 일단은 기다려 보라는 답장이 왔다. 조금 뒤에 학생과 멘토가 교실로 올라왔다. 학생은 매우 불안해 보였다. 공황장애가 오면 갑자기 토할 수도 있고 해서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밖에서 교실 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결국은 급하게 다시 밖으로 나가버렸다. 멘토가 따라 나갔다가 다시 와서는 도저히 이 학생은 나와 함께 시험 보는 것이 불가능해서 본인 사무실에서 자신의 감독하에 시험을 보기로 매니저와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아직도 그 학생의 불안한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이 좋지 않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1:1 시험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특혜니 뭐니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 단지 학생들의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한다. 30명에 1명씩 배치하는 시험감독관을 1:1 시험에 배치 하면 학교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인력과 비용을 배치하는 것이 멋져 보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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