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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Feb 20. 2023

Extra Timer

Extra Time, Rest Break and Toilet Break

감독관의 상자에는 시험 감독에 관한 일반적인 문서들과 시험 시 필요할 수 있는 필기구들이 들어있다.

그곳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extra time이 퍼센트 별로 계산된 종이 한 장이다. 학생들의 난독증 정도와 심리적인 이유로 시간이 더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별도의 절차를 거쳐 추가 시간을 줄지 미리 정해놓고 시험 배치도에도 표시를 한다. 대부분은 주어진 시험 시간의 25%를 추가로 준다. 1시간 시험이라면 15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진다. 50%가 주어지는 경우도 흔하진 않지만 가끔 있다. 추가 시간을 쓰는 학생들은 강당의 맨 뒤에 따로 배치하고 책상 위에 시험 시작 시간과 추가 시간에 대한 기록을 할 수 있는 카드를 별도로 올려놓는다. 추가 시간을 준다고 해도 다 쓰지 않고 시험 시간에 맞춰 끝낼 수도 있다. 시험을 마치고 싶으면 언제든지 손을 들어 알리면 감독관이 그 학생에게로 가서 미리 올려놓은 카드에 시험 종료시간을 기록하고 학생이 서명하게 한 뒤 시험지를 걷어온다. 그래서 시험은 늘 주어진 시간보다 더 걸리며 다음 시험을 바로바로 배치하지 않고 중간중간 여유시간을 충분히 두고 시간표를 짠다. 보통 강당에 100명 이상이 시험을 볼 때 Extra Timer들은 많게는 20명에서 적게는 10명 정도 된다.


참고로 영국의 난독증(Dyslexia) 인구는 전체의 10% 정도 된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거울처럼 대칭되는 문자 배열이 있어 그것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p와 q,  b와 d, saw와 was , bat와 tab가 그런 예에 속한다. 하지만 이런 난독증은 지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도 정도 차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영국에서 유명한 재벌 버진(Virgin) 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도 심한 난독증으로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하고 15살의 나이에 자퇴를 하였다.

추가 시간을 받는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Rest Break와 Toilet Break를 같이 받는 경우가 많다. Toilet Break는 시험 도중 화장실에 다녀올 경우 그만큼의 시간을 추가로 받는다. 그래서 이런 학생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손을 들면 감독관 한 명은 동행하고, 나머지 한 명은 그 학생이 화장실로 간 시간을 기록하고 돌아온 시간을 기록하여 표시한다. Toilet Break 허가를 사전에 받지 않은 학생도 얼마든지 시험 도중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지만 그만큼의 시간은 추가되지 않는다.


스트레스, 집중력 저하 및 건강상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여 Rest Break를 받을 수 있다. 시험을 보는 동안 언제든지 감독관에게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하면 그 학생의 시험 시간은 일시 정지된다. Rest Break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은 시험과 관련된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 시험지를 봐서도 안되고 시험문제에 대해 생각해서도 안된다. 필요시 감독관과 함께 밖에 나가서 걷다가 들어와도 된다. 학생이 다시 시험모드로 돌아가면 일시 정지 된 시간은 다시 재생된다. 이 Rest Break는 학생이 원하면 시험 보는 내내 몇 번이고 몇 분이고 가능하다. 그래서 한 번은 모든 학생의 시험이 3시 30분에 끝났는데 한 학생만 6시가 넘어서 끝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감독을 했던 감독관들마다 의견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그 학생의 권리이니 뭐라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은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 데 그걸 넘어선 경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런 학생이 시험을 볼 경우 감독관은 그 학생에게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언제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큰 딸은 무엇이든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험을 보면 늘 시간이 모자라서 손도 못 대는 문제들도 있다고 했었다. 내가 이런 제도를 미리 알았다면 남편과 상의해서 학교에 상담을 신청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면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되는 일이긴 하다. 딸아이는 노력 중에 있고, 처음보다 아주 많이 좋아졌고,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다행이다. 하지만 노력해도 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제도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주 바람직해 보인다. 시험을 남들보다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우연히 아이들의 큰 고모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인도 30년도 더 전에 시험을 볼 때 난독증이 있어서 25% 추가 시간을 얻어 시험을 봤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많이 창피해서 가능하면 다른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끝내려고 애를 썼었다고 했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겪어온 시험 보는 환경과 이곳의 환경은 매우 많이 달랐었음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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