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선생님은 얘네들이 이런 걸 알고 있을까?

by 임상택

<2. 설마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와 이어집니다.


이OO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올라갔다. 당시 홍콩할매 귀신이니,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귀신이 어쩌지 저쩌니 하는 괴담들이 유행할 때여서 괜히 무서움을 느꼈다. 평소 그런 류의 공포를 잘 느끼지 않았지만, 이 날은 조금 달랐다. 새벽 3시를 지나 4시 가까이 되어가는 상황에 처음 가 보는 낯선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평소라면 잘 듣지 못했을 법한, 엘리베이트에서 나는 기괴한 소음들이 참 크게 들렸다. '이러다 멈추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들이 내가 이 때의 기억들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이유인 것도 같다.


이OO는 담담한 표정으로 7층에 내렸고, 나는 멀리서 천천히 쫓아갔다. 뭔가 굉장히 나쁜 일을 하러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까이 쫓아가질 못했다. 이OO는 그 불켜진 집의 창문의 문을 손으로 밀어 열고 있었다.


"... ?!"


창문은 방범창으로 덮여 있었지만, 이OO는 익숙한 듯 그 사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과연 안에는 어떤 상황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서 나도 가까이에서 이OO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설마 서OO가 공부하고 있지는 않겠지?'


이OO와 더불어서 학교에서 참 많은 비행을 저질렀던 친구였다. 공부와는 전혀 연결점을 찾을 수 없는 친구였기에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확실히 내 생각과 마찬가지로 서OO는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자고 있었다. 아니 졸고 있었다 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한 손에 샤프를 쥐고, 책상에 엎드려서 졸고 있었다.


'세상에!'


난 정말 놀랐다.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새벽에 공부라고 한답시고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필기구를 잡은 채 졸고 있는 모습을 선생님들은 알까? 매일 같이 학교에서는 혼나고, 반항하고, 문제를 일이키는 아이들일 뿐인데 말이다. '


실제로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었을지, 그냥 시늉만 했었을지 사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습 그 자체가 중요했다.


' 이 모습을 학교의 선생님은 알까? 그저 학교에서 가르치기 힘든 못된 아이들일 뿐, 이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에서 바둥거리며 노력하고 있음을 왜 아무도 모르는 것일까? '



이OO은 그렇게 졸고 있는 서OO의 모습을 보고 딱히 놀라운 표정을 짓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이름을 부르며 뭐하냐고, 밖에 나오라고 부를 뿐이었다. 그렇게 셋이서 밖에 나와 차 한대 없는 도로를 횡단하고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계속 머릿 속에 이런 생각들이 맴돌았다.


'선생님은 얘네들이 이러는 것을 알까?'

'부모님은 얘네들이 이러는 것을 알까?'


오직 나만 아는 것 같은데?

나는 이런 아이들을 정말 잘 이해해주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주 영웅적인 상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것도 하나의 정신질환이라 할만 했다.


결국 이 질환(?)이 치료될 때까지의 교직 생활 몇 년을 참으로 사서 고생하게 된다. 문제 학생들의 가정방문에서 부터 경찰서, 구치소, 법원을 누비고, 재판 받는 제자를 위해 학교를 돌며 탄원서를 받아 법원에 찾아가기도 했다. 지도가 힘든 학생들을 모아서 댄스팀을 만들기도 하고, 축구, 보디빌딩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제자들을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아들이 생기고, 10년 넘게 교도소에 서신을 보내면서 조금씩 그 질환은 잦아들었다.


이때 나는 생각했다. 아니, 착각 했다.


" 나... 이 세상을 위해 선생님이 되어야 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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