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를 찾고자 애쓰고 있지만 찾지 못하였다.
내 우울의 시작은 어디부터일까.
지난 2월 말 경, 30년 살던 서울을 떠나 용인으로 이사를 왔다.
공교롭게도 오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지금껏 마음놓고 외출을 하지 못하고 있고, 네 살 아이 역시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하고 매일 24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새 집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위해 업체를 선정해 맡겼으나, 시공이 잘못되고 하자가 있는 부분이 상당해 3월 한 달 내내 싸우다시피 하며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인테리어 분쟁이 마무리되고, 코로나도 어느덧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우울감이 좀처럼 떠나질 않는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할 때보다, 지금이 더 우울하다.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몇 달간 내 시간을 조금도 갖지 못해 지쳤던 것인지, 이사를 와서 새로운 환경에 놓인 탓인지.
친구들을 초대해 융숭하게 대접을 했다. 아는 맛집이 없어서 집에서 요리를 하고 상을 차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즐거움은 그날 뿐, 그 다음 날부터는 더욱 깊은 우울감이 나를 찾아왔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0이 되면서,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 강남에 나갔다.
남편은 아이를 하루동안 잘 돌봐주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났고, 비록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채였지만 잔디밭에 앉아 와인과 맥주와 치킨을 즐겼다.
너무나 즐거운 하루였지만, 그 다음 날부터 왜인지 또 다시 우울감이 찾아왔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검색해 보고, 이사 우울증이라는 말도 검색해 보았는데. 딱히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지 않다. 35살은 갱년기가 찾아오기에도 이른 나이가 아닌가?
육아우울증을 논하기엔 육아를 시작한지 31개월이 넘었기에 다소 머쓱하기도 하고.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내가 집중할 무언가가 생긴다면, 이 우울감은 까맣게 잊고 몰두할테고 다시금 괜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다시금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지금의 기록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가장 두려운건, 내가 나도 모르게 내 진짜 마음과 직면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대의 나는, 나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괴물과 치열하게 싸우며 보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하고 노련해질 줄 알았는데, 바쁜 육아에 치여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인 것만 같다.
언제쯤 넉넉하게 내가 나 자신의 감정을 보듬어주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이런 내가 아이를 보듬으며 키운다는 것이 너무나 아이러니하지는 않은지... 생각이 많아지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