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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그리고 일상

그만두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투덜거려 본다.

by 임수정

다 내 선택이었다. 결혼도,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것도. 힘들고 짜증나는 날도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요즘도 마음 속 깊은 진심까진 아니지만, 자꾸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가슴 속을 뱅뱅 돈다. 24시간 밀착되어 있는 아이, 거실과 이어진 주방 식탁에 앉아 있어 하루 종일 시야 안에 들어와 있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 단란한 가족의 일상이자 자연스러운 모습이겠지만, 이게 몇 주고 매일 계속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코는 숨을 쉬고 있는데, 내 가슴이 숨을 쉬지 못하는 것 같이 답답하다. 그만두고 싶다, 엄마도, 아내도,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도...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혼자 숨쉬고 싶다.


인스타그램에는 아이와 매일 즐거운 놀이를 하며 슬기로운 집콕생활의 모습을 올리는 엄마들이 있다. 어쩌면 내가 올리는 사진들도 다른 이들에겐 그렇게 비칠 지 모를 일이다. 언제나 햇살 같은 멘트와 화사한 사진들만 업로드하는 엄마들을 보면, 비 오는 날 하루 없이 언제나 밝은 저 햇살이 너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쓸데 없는 생각도 해본다. sns는 원래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곳인데 우습게도 말이다. 나 역시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아무 것도 올리지 않고, 기분 좋은 날에는 여러 장을 올리면서.


이렇게 배부르고 쓸데 없는 생각들로 가득찬 하루가 오늘도 저물었다. 무슨 요일인지 매일 잊고 닥쳐오는 하루를 넘기는 데만 집중하며 산다. 코로나의 일상은, 그리고 마음은 예전과 참 다르다. "어리석은 사람은 가진 것이 아닌 가지지 못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더니, 그만 나가고 집에서 좀 쉬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도 많았을텐데 지금은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 죽겠다고 이 난리다.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되는 세상이면 따분하다고, 지겨워서 사는게 재미 없다고 투덜대지 않을까. 인격적으로 덜 완성된 나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코로나의 일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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