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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Jan 29. 2023

꿀타래의 참을 수 없는 유혹

따가워도 버티는거야 버텨보는거야

얼마 전 아이와 오랜만에 명동에 갔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여러 노점이 문을 열고 저마다 맛있어 보이는 간식들을 팔고 있었고, 비싼 가격에 헉 하고 놀랐지만 아이를 위해 몇 개쯤은 사줄 생각이었다. 아이의 발걸음은 '꿀타래' 앞에 멈췄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적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음식은 언제나 그렇듯이 두렵다. 전성분엔 표기가 안되어 있어도 우유,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과 같은 시설에서 제조한 경우 간혹 두드러기나 기침 등의 알레르기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꿀타래 3가지 맛 중 2가지에는 우유가 들어가 있어 전성분에 우유, 계란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다른 맛을 샀다.


빨리 먹고 싶다고 재촉하는 아이를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가 꿀타래 하나를 입에 쏙 넣어줬다. 너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아이와 행복하게 길을 걸었다. 그런데 한 5분쯤 지나더니 엄마...따가워...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길거리에서 급히 항히스타민제를 꺼내 먹였다.


그 날 남은 꿀타래는 집에 가져와 냉동실에 넣어뒀다. 그런데 그저께 저녁 갑자기 아이가 꿀타래 하나만 더 먹고 싶다며 따가워도 참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조금만 따가워도 바로 약 달라고, 혀랑 목이 따갑고 아프다고 하는 아이가 갑자기 버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신기했다. 


일단 참아 보고, 따가움이 계속 심해지거나 혀나 목이 붓는 느낌이 나면 바로 말하라고, 그리고 심해지면 주사도 맞을 수 있다고 단단히 일러둔 뒤 꿀타래 하나를 주었다. 먹고 나서 역시나 맛있다고, 하지만 이내 따갑다고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물을 주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렇게 물을 주고, 아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일부러 휴대폰 동영상을 보여주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약 30분이 지나고 나서 "아직도 따가워?"하고 물으니 이젠 괜찮다고 했다. 한결 마음이 놓였지만 혹시나 자다가 갑자기 아나필락시스나 두드러기가 찾아올까봐 선잠을 자며 여러 번 체크했다.





요즘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한데, 그 가운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의지'가 있어야 삶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운명이 이끌어서, 누군가가 나를 선택하고 끌어줘서 내 인생이 꽃길로 끌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마치 연예인들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스타가 되었어요", "친구 따라 오디션장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데뷔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그렇게 얻어진 것들은 결국 내 운이 다하면 떠나갈 것이고, 나는 다시 운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어쩔 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들을 최대한 지지해주고, 그것이 혹시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지라도 "그것 봐, 니 마음대로 했다가 그렇게 됐잖아"라고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안전망이 되어주고, 손을 붙잡아 일으켜줄 것이다.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내 삶을 직접 만들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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