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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Mar 13. 2023

도움과 배려를 먹고 자란다

약자의 눈을 가지면 '진심'이 더 잘 보인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거나 시터에게 맡기는 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행여나 우유, 계란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을 잘못 먹여 사고가 나면 아이도 걱정이지만 아이를 봐주시는 분들도 마음이 너무나 불편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집에 놀러가거나 다른 가족들과 여행을 갈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과자, 빵 등의 간식은 우리 아이가 먹을 수 없는 것들이다. 때문에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다소 맛은 없지만 우유, 계란이 안들어간 건강한 간식들 위주로만 챙기다 보니 다른 아이들은 영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또 다른 아이가 자신의 초콜릿을 우리 아이에게 주었다가 갑자기 기침을 시작해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분명 좋은 마음으로, 귀여운 동생이라 건네줄 것일텐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서로 민망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과 배려가 있어 우리아이는 해맑게, 여러 경험을 하며 잘 자라고 있다. 우리 아이보다 두 살 어린 딸을 키우는 친구는 연말에 홈파티를 준비할 때 비건빵, 비건 마요네즈, 우유 계란이 안들어간 치킨 등의 음식을 한가득 준비해 주었다. 어쩌다가 마트에서 우유, 계란 안들어간 과자나 비건 치즈 등을 발견하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사다주는 이웃들, 친구들도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알레르기를 같은 반 친구들이 잘 받아들이고 배려해줄 수 있도록 1년 내내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시기도 했다.


나는 이런 도움과 배려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안다. 전성분을 읽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어려운지, 우유 계란을 배제한 메뉴들로 파티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부를 필요로 하는지, 알레르기에 대해 아이들의 시선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려면, 그러면서도 내 아이가 소외된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해주려면 얼마나 많은 고심이 필요한지.


소아 식품 알레르기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매우 소수다. 이런 소수의 입장, 배려를 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누군가의 '진심'이 전보다 더 잘 보인다. 사람들은 어쩜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노력해주고, 생각해주고, 양보해주고, 참아주는지. 정말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다.


나와 우리아이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배려로 살아남고 자라고 있다. 응급실까지 재빨리 태워다 주셨던 경찰분들도, 택시 기사님들도, 고마운 응급실 선생님들과 소아과 선생님들도, 이토록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우리를 늘 흔쾌히 맞아주는 이웃과 친구들도 너무너무 좋은 분들이다. 


실제로는 일면식도 없음에도 내가 아이 상태를 업로드할 때마다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고, 유익한 정보도 제공해주는 SNS 이웃들도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하트를 눌러, 댓글을 달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여러분들의 이 고마운 진심들에 꼭 수 십배, 수백 배로 보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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