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래야 버려지지 않는 그것...버려도 새롭게 생겨나는 그것...
아이가 클수록 육아가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어릴 때는 먹고 자는 1차원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 되지만 크면 클수록 아이의 요구도 디테일해지고,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내 욕심도 커져가기 때문이다.
아이가 누워 있을 땐 빨리 뒤집으면 좋겠고, 기기 시작하면 빨리 걷기를 기대한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빨리 한글을 떼길 바라고,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히 잘 지내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뭐든 척척 잘해내는 아이는 정말 흔치 않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 없이 다가오고, 아이도 감정 기복이 있어 마치 사춘기처럼 하루 종일 짜증만 내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엄마들...이라고 쓰고 나라고 읽지만 엄마 스스로에 대한 욕심도 육아를 힘들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열심히 공부해서 돈도 벌어보고, 나름 화려한 싱글 시절을 보내면서 "나는 엄마가 되더라도 보통의 아줌마들과는 다르겠지"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품었더랬다. 엊그제 잠이 오지 않아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아직도 내가 빛나고 싶은 마음이 아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보다 더 크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빛나고 싶으니까 내 일을 할 때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그렇게 귀찮게 느껴지고,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다른 워킹맘들을 보면 괜시리 서글퍼졌었구나 싶었다.
결국 육아에 100% 집중하지 못하니 육아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그렇다고 내 일에 온전히 전념하지도 못하니 일에 대한 성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어중간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가 않으니 괜히 우울해지기도 하고, 결국 육아도 일도 성취도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찾아왔다. 다 잘해내고 싶으니 다 안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알레르기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전성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도시락을 싸야 하는 불편함도 아니다. 남들처럼 아무 간식이나 걱정 없이 사 먹이고 싶고,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고 해도 음식 걱정 없이 보내줄 수 있는 '평범함'에 대한 욕심이 가장 힘들다.
결국 욕심을 내려놓고, 옆은 가린 채 앞만 보고 마이웨이를 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저 내 생각을 바꾸고 내 시야를 스스로 컨트롤하고, 비교하지 않는 것 뿐이다. 또 다시 새로운 욕심이 생겨나고 내 마음이 괴로워지겠지만, 그 때도 이 마음을 기억하고 다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