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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May 08. 2023

마음을 편히 가지려는 '노력'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 하는 

크게 아프거나 어려운 적 없이 평화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는 '편안함'이란 어떤 상황에서 느껴지는 것이고 자연스레 찾아오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 알레르기로 인해 응급 상황과 여러가지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날이 매우 적어졌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으면 혹시나 또 우유, 계란 성분 들어간 음식을 실수로 누가 먹여서, 아이가 먹어서 사고가 나진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처음 먹여보는 음식은 아이가 먹고 나서 혹시나 알러지 반응이 오지 않을까 매의 눈으로 아이를 몇 십분씩 지켜보고, 사레걸려 기침이라도 하면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  불안과 예민함이 일상적인 감정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것이다.


불안한 마음은 더 큰 불안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렇게 심장 떨리는 상태로 매일매일을 지내다 보면 번아웃도 불쑥불쑥 찾아와 나를 넉다운 시킨다. 때문에 알레르기 육아 5년이 넘은 요즘은 '편안함' 또한 노력으로 얻어내고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안함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노력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완벽을 기하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맡기고 놓아두는 것이다.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어린이집에 같이 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같이 가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선을 다해 도시락을 싸고 약을 챙겨주고 나머지는 아이와 선생님께 맡긴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이도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듣게 되어 스스로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어차피 어른이 되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니 지금부터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나에게 신속하게 연락이 올 것이고, 나는 그 상황에 맞춰 최선의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러 번 아나필락시스를 겪었지만 그 때마다 무사히 빠르게 조치해 응급실로 옮길 수 있었고 회복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노력은 긍정적인 말과 글들을 자주 접하는 것이다. 한 때 내 자신이 너무 게으른 것 같아 여러 자기계발 계정을 팔로우 해보았는데, 자꾸만 뭘 하라고 다그치는 내용과 지금의 너는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보게 되니 스스로가 점점 작아지고 더욱 우울해졌다. 오히려 우연히 접한 '별 일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랑한 문장 하나가 오히려 내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힘이 솟게 해주었다. 


마음이 불안한 상황이라면 다그치고 호통치는 글과 사람은 피하고, 부드럽게 격려해주는 말과 사람들을 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자기계발 계정 팔로우을 과감히 끊어버리고 온라인으로 작물을 키우면 진짜 작물을 집으로 보내준다는 앱을 깔아서 차라리 그쪽에 집중하고 있다. 물 주고 비료 주며 식물 키우는 단순함이 편안함을 불러오기도 한다.


세 번째 노력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대충 빨리 때우는 것이 아니라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서 혹은 먹고 싶은 음식을 마련해서 천천히 먹는다. 또 잠을 푹 자기 위해 낮에 일부러 몸을 더 움직인다.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를 먹기도 하는데 플라시보 효과인지 좀 더 잘 자는 것 같다. 잠이 부족하면 몸도 안좋아지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마음도 힘들어진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요즘 아이가 음식을 먹고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입술이 붓는 일을 며칠 간격으로 겪었다. 여기에 친척 상을 겪기도 했고, 어린이날이다 어버이날이다 챙겨야 할 것들도 많아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불안함이 극에 달했다. 할일은 많고 아이까지 오랜만에 알레르기 반응을 겪으니 나도 모르게 자꾸 한숨이 나오고 때때로 나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남편 말로는 아이의 상태는 늘 비슷한데, 이렇게 많은 일들이 겹치는 시기엔 내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상황이라도 내 마음가짐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이다.


편안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게을러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다가오는 수많은 상황들을 더 잘 대처하기 위함이다. 마음이 불안하면 허둥대다 실수도 하고, 상처도 더 많이 입는다. 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하면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고 아이에게도 더 많은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다. 다 괜찮고 잘 될 것이고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이를 전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린 시절 내가 편안함을 당연함으로 여길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는 몰랐던 내 부모님의 노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나도 아이에게 알레르기 상황과는 무관하게 늘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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