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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집

그때, 안아주라는 그 말

by 임성빈 Dec 20. 2024

그때는 서로 안아주라는 말이 그렇게 싫었다. 매 번 시비는 형이 거는 것 같은데 결국 서로 안아주고 끝내라니,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까


그래도 매 번 싸울 때마다 어린 두 형제는 꼭 안아주고 화해를 했으니, 아주 멀어지지 않고 어느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가끔은 내가 하기 싫은 게임도 같이 하고, 가끔은 형이 하기 싫었던 게임도 같이 하면서


왜 하필 포옹이었을까? 악수도 있고, 하이파이브도 있었을 텐데, 어머니는 꼭 형제가 서로를 안아주게 했다. 안 그래도 서로에게만큼은 표현이 박했던 지라 등에 손을 포갤 때마다 느꼈던 겸연쩍은 민망함이 몸을 감쌌다.


그래도 그런 순간을 떠올리면 형이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한창 싸울 때는 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었는데, 항상 먼저 품을 내 주는 사람은 형이었다. 물론, 그는 지금 그는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람 중 하나이다.


오늘은 두 동생이 다투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 마음이 안 맞았는지, 내가 너를 따돌리겠다며 벌어진 싸움이었다. 씩씩거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내가 왜 화났었는지, 너는 왜 속이 상했는지, 얘기해 보니 자기가 한 행동이 썩 미안한 모양이었다.


“옛날에, 성현삼촌이랑 삼촌이 싸우고 화해할 때 엄마가 꼭 마지막에 했던 게 있어.”라고 말하며 두 동생보고 마주 보고, 천천히 악수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라고 이야기했다.


어색해하며 주춤대다 이내 서로를 품어주는 얼굴 사이로 몇 가지 감정이 뒤섞인 웃음이 사뭇 아름답다. 어쩌면, 그 옛날 엄마도 목을 끌어안는 형제를 보며 이렇게 웃으셨던 것 같다.


문득, 오늘 나는 잘 안아주고 살았을까.

안겨있을법한 사람이었을까,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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