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돌본다는 것
식물을 돌보다 보면, 때로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는다. 새 잎사귀가 피어있는 몬스테라, 빛이 드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꽃기린, 그리고 매 년마다 빨간 꽃을 피워두는 선인장이다. 집이 얼마나 건조하면 선인장이 꽃을 피울까 싶으면서도, 그리 애써 키워주지 못했는데도 흔히 볼 수 없는 꽃을 매 해마다 줘서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빨간 꽃을 보고 있자니, 그간 잘 돌봐주지 못한 것 같아 못내 미안하기도 하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다가 한번, 공기가 꿉꿉해 창을 열다가 한번, 흙 속에 손가락을 찔러보기만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다’ 싶을 때 분무기에 물을 채웠다. 흙을 만지는 습관은 물을 한 주에 몇 번 줘야 한다는 기준에 맞추다 애먼 식물들을 죽이고서 깨달은 지혜다.
좋은 재료로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든다 한 들, 먹는 이에게 알맞지 않으면 무용하다. 어떤 식물에게는 딱 들어맞았던 기준도, 우리 집 베란다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하다. 그래서, 나는 선인장이 살고 있는 흙에 참여한다. 너무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게, 내 나름의 돌봄이다.
아, 그러고 보니 물을 안 준지 한참이다. 왠지 뭔가 놓치고 사는 것 같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