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행은 작가로 살기로 했다. 집을 나서면서 나는 두권 정도의 책을 쓴 작가라고 주지한다. 작가 같은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운전사가 묻는다. '좋은 데 가시나 봐요'. '작품 구상을 위해 그리스에 갑니다'. '부럽네요. 저도 한때는 문학소년이었답니다. 즐겁게 여행하세요'. 공항 라운지에서 작가처럼 글을 쓴다. 이번 여행 주제는 직업과 돈이다. 작가가 되고 싶긴 하지만 항상 돈이 걱정이다. 직업과 돈을 정의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회사를 잘리고, 이번 생은 망했다 생각한 순간, 무작정 떠나고 싶었다. 평소에 가고 싶던 그리스로 향했다. 비행기 옆자리에 방학이라 돌아가는 교환학생이 앉았다. 작가라고 하자, 작가의 좋은 점과 어려움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작가는 수입이 불규칙하고, 마감시간에 쫓겨야 하고, 직업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이 적고, 생각나는 데로 대답했다. 시간이 자유롭고, 명령하는 사람도 없고, 느낌에 집중할 수 있고, 좋은 점도 말했다. 그리스에 도착하여 비앤비로 향한다.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직업과 돈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자, 회사원, 학생, 은퇴한 부부는 직업과 돈에 관한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줬다.
다음날 산토리니섬행 배 표를 사고, 요트가 즐비한 항구의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꺼냈다. 지난밤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한다. 요트에 오르는 부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직업은 뭘까?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돈이 많아 행복한가? 생각나는 대로 끄적인다. 카페 주인이 말을 건다. 작가인데 돈과 직업에 관한 글을 쓴다고 하자. 요트의 주인은 유명한 작가인데 이혼하고 요샌 젊은 여자와 온다고, 다른 요트의 주인은 은퇴한 노부부인데 여름에만 온다고, 돈과 직업에 대한 그의 견해를 풀어간다. 그렇게 작가로 일주일을 여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