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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 Expat Oct 24. 2021

혼자 놀 수 있어야, 함께도 즐겁다!

여행 육하원칙, How?

사람구경


혼자서 많은 여행을 했다. 

자유로웠다. 가벼웠다. 

때로는 외로웠다. 


궁금한 사람을 만나면 말을 걸었다. 

마음이 맞으면 함께 길을 가고, 친구가 되었다. 

가는 길이 다르면 헤어졌다. 

아쉬워하며 만날 날을 기약하기도, 싸우고 돌아서기도 했다. 


헤어지기 싫으면 오래도록 같은 길을 가기로 약속했다. 

어떤 이들은 금방 또 제 갈길을 떠났지만 몇몇은 오래도록 함께 여행했다. 

때가 되면, 오랜 동반자 각자의 길을 떠났다.


세상 구경을 끝내면 

여행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혼자서 돌아갈 차편을 예약한다!


돌아보면 세상 구경 중에 사람 구경이 제일 재밌었다. 

하지만 모두 각자 길을 떠났다.

결국 모든 여행은 혼자다. 


혼자임을 두려워말고, 

가볍게 더 가볍게, 

길을 떠나자!




혼자라도 괜찮아!


20대의 여행에서 얻은 것 중 하나는 혼자라도 괜찮다는 자신감이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이 끝내 합류하지 못해 혼자 떠난 여행에서 나 홀로 여행의 기쁨을 배웠다. 사실 혼자 여행한 날은 거의 없었다.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 같은 방향이면 함께 가방향이 달라지면 잘 여행하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혼자인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여행했지만, 친구들과 온 여행자들은 나중에는 대개 따로 여행다. 혼자일 때 새로운 친구들을 더 쉽게 만날 수 있고, 일행과 일정을 맞출 필요도 없고, 더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한참 동안 혼자 하는 여행이 좋았다. 오히려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이 조금 버거웠다. 여행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함께 가다 보면 정든 시간이 아쉽지만 연락처를 주고받고 나중을 기약하며 이별하였다. 잠깐 만나 평생의 친구로 남은 사람도 있지만, 스치고 간 사람도 많다. 인생의 여정도 비슷했다. 가슴 아프고 아쉬운 헤어짐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런 정도의 인연이 맞았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리 행복하지 않았을 것도 같다. 헤어짐 뒤 또 다른 만남도 왔다. 눈물 나게 아름다운 광경을 만나면 혼자라는 사실이 살짝 서글플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점을 버릴 정도는 아니었다.


만나고 헤어지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자신뿐이다. 솔로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했다. 혼자도 잘 노는 사람이, 어울려서도 잘 놀았다. 혼자 놀기 힘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아이를 키워 보면, 영혼 없이 누군가와 계속 놀아주는 것이 쉽지 않은 걸 안다. 자기 아이와도 오래 못 놀아주는 우리가 타인과 오래 놀아줄 수 있을까? 너무 오래 놀아달라고 하면 사실 힘들다. 인간관계에서도 혼자서도 반짝거리며 노는 사람들이 빛을 발한다. 이런 사람들은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즐겁게 놀고 나면 좋은 에너지도 받는다. 결혼 생활도 그랬다. 늦은 나이에 결혼했고 각자 해오던 생활이 있었다. 결혼 6년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두 번, 이년 반을 떨어져 지냈다. 그럭저럭 잘 지냈다. 모든 일을 함께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 편안한 자유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가볍게 더 가볍게!


혼자 여행하면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짐이 많으면 쉽게 지친다. 한 곳에 편안하게 머무는 여행이 아니라면 최소한으로 짐을 챙겨야 한다. 일주일 여행이나 5개월 여행이나 짐은 똑같다. 남미 호스텔에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일 년간 세계 여행하는 친구를 만났다. 저걸 끌고 어찌하나 싶었다. 물론 누구나 인생에 무거운 순간이 있다!


# 세상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길에서 재밌는 장난감을 보았다. 갖고 싶었다. 잠깐 여행을 멈추고 점원으로 일했다. 장난감을 가지자 너무 기뻤다. 조금 무거워진 배낭을 메고 길을 떠났다. 멋진 옷을 보았다. 일하고 옷을 걸치고 길을 떠났다. 이번엔 멋진 그릇이 보였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았다. 그릇을 샀다. 더 이상 걸어서는 여행할 수 없었다. 자동차가 보였다. 이번엔 꽤 오래 일했다. 물건들을 자동차에 싣고 길을 떠났다.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니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기름도 사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고장도 났다. 감당할 수 없어 여행을 멈추기로 했다. 돈을 모아 다시 출발하리라! 자동차를 타고 돌아오자, 차고가 있는 집이 필요했다. 오래도록 열심히 일해서 집을 샀다. 멋진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도 태어났다. 가끔 좋은 호텔로 주말여행을 갔다. 언젠가는 젊은 시절 그 여행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끝내 돌아가지 못했다!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 고민한다. 이거 필요할까? 20대의 배낭에는 두터운 침낭, 책도 한 권, 옷 몇 벌, 비상식량, 이것저것 넣고 나니 금방 한 짐이었다. 30대 배낭은 가벼워졌다. 40대에는 캐리어를 끌었다. 아이의 짐이 더해져 조금 무거워졌다. 50대인 지금도 캐리어를 끌지만 다시 가벼워졌다. 아이가 자기 캐리어를 끈다.


여행지에서 지인들을 위한 작은 선물은 사지만, 나를 위한 기념품은 잘 사지 않는다. 처음에는 여행 중에 이것저것 물건을 샀다. 살면서도 많은 것을 구매했다. 좋은 차도 사보고, 비싼 옷도 사보고, 커다란 가구도 샀다. 먼 길을 떠날 때 가구는 남겨두고, 옷은 나눠주고, 차는 팔아야 했다. 지금도 옮겨 다니니 다음 나라로 이동할 때마다 많은 것을 버린다. 몇 번 경험한 후, 무언가를 살 때 묻는다. '정말 꼭 필요해?' 나를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는 남편은 집었던 걸 슬그머니 내려놓는다.


필요 없는 걸 사지 않고, 필요 없어진 걸 버리는 기술, 정리의 기본이다. 필요 없는 걸 기 위해 노동할 필요도 적어진다. 물론 필요한 것의 정의는 각자 다르다. 그림을, 식기를, 차를 좋아할 수도 있다. 나는 옷을 좋아해 내 짐은 거의 옷이다. 남편은 그림을 좋아한다. 아이는 물론 장난감이다. 나는 그림은 사지 않고 남편은 옷을 사지 않는다. 내가 그림도, 옷도, 장난감도 사려면 돈도 더 벌고, 일도 많이 해야 한다. 시간은 없어지고 스트레스는 많아진다. 떠나야 할 순간, 두 손에 움켜잡은 것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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