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주의자의 사생활
가끔 나쁜 날씨가 있어. 지리한 장마가 이어지는데 비 내리는 오늘의 날씨나, 가물어서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데 쾌청하게 맑은 오늘의 날씨 같은 거.
오늘만 놓고 보면 나쁠 게 없는 날씨지. 그런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은 분명 나쁜 날씨인 거지. 사람은 날씨의 맥락을 보니까.
우리 삶에도 나쁜 날씨 같은 게 있는 거 같아. 완벽하고 좋아보이지만 떼어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품없고 달갑지 않은 그런 거. 될수록 높이 멀리 나는 새가 되라는 이유겠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그런 거 같아. 오늘만 살고 마는 사랑은 없으니까. 오늘의 불운과 오늘의 과오와 오늘의 상처가 있더라도 기쁜 어제를 살았듯이 괜찮은 내일을 살아 갈 거니까. 사랑한다는 건 일생의 시간을 걸고 헤쳐 나가는 긴 맥락의 파고니까. 오늘의 날씨에 연연해 하지 말 것. 부디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