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Vegan)은 비건(非健)이다.

비건(非健) : 건강하지 않음

주변에 비건인 사람이 있는가? 비건은 채소, 과일, 해초 등의 식물성 음식만을 섭취하는 채식주의자를 일컫는다. 아쉽게도 내 주변에는 비건인 사람이 없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비건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동물권 보장이다.

인간의 권리를 의미하는 '인권'이라는 단어에 동물을 붙인 동물의 권리를 의미한다. 식용 동물을 사육하고 도살하는 과정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다. 이 과정을 직접 목격한다면 트라우마로 인해 육식을 접게 될 수도 있다. 소비량이 높은 닭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보자.


-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계장에서는 공장식 밀집 사육방법을 사용한다. 말이 번지르르하지만 A4용지 한 장 크기가 채 되지 않는 공간에 닭을 한 마리씩 넣어서 사육하는 방법이다. 몸에 붙은 진드기도 뗄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크기이다. 과거, 죄수의 온몸에 꿀을 바르고 벌레가 뜯어먹게 했던 고문이 떠오른다. 닭장이 비좁은 이유는 물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다.


- 또한 전 세계 닭농장에서는 매년 70억 마리의 수컷 병아리를 도살한다. 수컷 병아리는 알을 낳지 못하고 성장이 암컷 병아리에 비해 느리기 때문이다. 도살 과정은 대부분 병아리를 산채로 컨베이어벨트를 태워 파쇄기까지 운반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온몸이 으스러지며 죽는 동안 수컷 병아리는 온전히 의식을 가지고 있다. (동물 복지 선진국인 독일에서는 2022년 1월 1일부터 세계 최초로 도살금지법을 도입하였다.)


이외에도 개 농장, 도살당할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소, 돼지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요즘에는 동물 복지와 관련된 법이 제정되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으로 동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도살이 진행된다. 하지만 법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비윤리적인 행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두 번째 이유는 환경 보호이다.

산업 혁명 이후로 빠르게 발전하는 인류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관측되고 물에 잠기는 국가도 다수 발생할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가 자연 주기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배출된 탄소로 인한 현상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와 비건이 무슨 상관이 있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5%에 달하는 양이 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축산업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소, 돼지, 닭, 아메리카 들소, 양, 염소가 있다. 이 중 소가 배출하는 양은 14.5% 중 약 9%를 차지한다. 가축들은 소화를 하는 과정에서 장 내 발효가 진행되는데 이때 메탄을 배출한다. 가축들의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배출된다. (출처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 미국이나 호주에서 키우는 소를 생각해 보자. 넓은 들판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탁 트인 곳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소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면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보자. 간단하다. 나무를 많이 심으면 된다. 나무가 많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가축을 들판에 풀어서 키우거나 사료용 작물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다. 이는 명백한 환경 파괴이다. 축산이 환경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지적한다. 소의 배설물은 실제로 토양의 질을 높이며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한다. 소가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3배 높지만 대기, 해양에서 수백, 수만 년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다르게 수년, 수십 년이면 사라진다. 하지만 과장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비건의 관점에서는 축산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연스러움과 이를 거스른 대가


나는 동물을 사랑한다. 그들의 귀여운 외모도 한몫하지만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사는 이웃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그들을 터전에서 몰아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자연의 섭리이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도 영역을 침범하는 상대를 위협하고 쫓아낸다. 침입자가 더 강하다면 영역의 원래 주인은 쫓겨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다. 몇십만 년동안 인류는 동물성 먹이와 식물성 먹이를 골고루 섭취하며 살아남았다. 식물성 먹이만을 또는 동물성 먹이만을 섭취한 인류는 잡식을 하는 인류보다 생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생존하기 힘들었고 살아남지 못했다. 살아남은 인류가 잡식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후대에게 잡식이 필요한 유전자를 물려주고 잡식을 가르쳤다.


육식 또는 채식만을 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는 어떻게 될까? 이전에 자식들에게 육식을 죄악시하고 채식만 하도록 강제하는 가정이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딱 봐도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제작진은 건강상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차 아이들을 데리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각종 영양 수치가 심각할 정도로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핍된 영양 수치들은 육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 영양소들이었다. 비건 강제만이 아니라 선택의 자유를 빼앗고 강요를 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건강한 비건은 일석이조


2주 전, 친구가 갑자기 비건을 선언했다. (친구를 노루라고 부르겠다.) 노루는 환경 동아리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석한다. 동아리에서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기도 하고 일상에서 1회 용품을 거의 쓰지 않는다. 환경 동아리에 비건을 하는 동아리원이 있다는 얘기를 전에 들었었는데 영향을 받은 듯하다. 나는 비건을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고 멋있다. 본인의 신념과 의지로 욕구를 거부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자기 절제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부가적으로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지구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비건은 건강에 좋지 않다. 게다가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간다. 비건들은 건강이 두배로 악화된다.


노루를 응원했다. 대신 건강을 챙기면서 비건을 하라고 당부했다. 노루뿐이 아니다. 전 세계의 비건들을 응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나지만 비윤리적인 사육과 도살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비건들을 존중한다. 비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면 지구는 더 깨끗해지는 선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결국 노루는 다른 친구인 고라니에게 당한 5시간 동안의 설득 끝에 귀에서 피를 흘리며 환경 단체에 5만 원씩 기부를 하는 것으로 비건을 대신하며 1~2주 정도의 비건 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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