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혼자 자는 날

by 리나

"아빠는 왜 우리랑 안자?"

"넷이 자기엔 침대가 좁아서~ 아빠랑 자고 싶으면 아빠랑 자. 금요일 하루는 아빠랑 잘래?

"응! 좋아!"


첫째의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정말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는데 좋다고 하다니. 혹시나 마음이 바뀔까 싶어서 두 번 세 번 물어보았는데도 좋다고 했다. 둘째는 잠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는다. 그럼 첫째의 허락이면 끝난거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혼자 자보는 건가.




첫째는 정말 나를 좋아한다. 덕분에 아기 때부터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기 모두 엄마가 해 주기를 바랐다. 아빠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고 재밌게 잘 놀기도 했지만, 남편의 장난 때문인지 금방 화내고 나에게 쫓아오기 일수였다. 남편이 먼저 말레이시아로 출국하고 5개월을 한국에 혼자 있기로 결정한 것도 첫째가 아빠를 그렇게 찾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첫째는 금방 아빠의 빈자리를 느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첫째는 매일 "심심하다",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첫째의 어린이집 친구네와 종종 만남을 가졌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의 아빠를 보며 더 보고 싶어 진 거 같았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말레이시아에 도착해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폭발했다. 정말 계속 "아빠 보고 싶다", "아빠는 언제 와"를 반복하고 남편이 호텔 앞으로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남편은 퇴근길에 호텔 앞으로 와서 먹을 것도 사다 주고 인사도 하고 갔었고 아이들은 점처럼 작게 보이는 아빠지만 너무나 좋아했다. 마치 희망 같은 존재였다고 할까. 나도 결혼하고 남편이 이렇게 보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보다 호텔에 격리되어있는 동안이 더 만나고 싶었다.


첫째가 5개월 동안 훌쩍 커버려서인 건지 아빠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빠에 대한 사랑을 키운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달라졌다. 아빠의 근무시간이 끝나서 같이 놀기만을 기다리는가 하면 아빠의 장난도 웃으며 쿨하게 넘길 때도 많아졌다. 딸바보는 있어도 아들바보는 없다고들 하는 거보면 아빠가 느끼는 딸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가 보다. 남편도 첫째의 부드러운 태도에 얼떨떨해하더니 어떻게 하면 잘 놀아줄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내 입장에선 달라진 둘의 모습을 모는 게 정말 너무나 행복하다. 육아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놀아주긴데 놀아주는걸 이렇게 분담할 수 있다니 이것보다 좋은 게 없다.

내가 인형놀이, 역할놀이, 그림 그리기처럼 정적인 활동이라면 남편은 일단 움직인다. 청소도 시키고, 잡기 놀이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하고 바쁘다. 요즘은 숫자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든 건지 숫자놀이 장난감으로 더하기 빼기도 알려주고 가끔은 스도쿠도 해보고 있다. 첫째가 숫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빠랑 스도쿠 할 거야라고 말하는 거 보면 영 싫은 건 아닌가 보다.


남편 방의 침대는 푹신하고 높다. 정말 딱 혼자 자기 좋은 침대다. 나는 남편에게 혼자 있는 5개월간 아주 좋았겠다며, 아이들은 쓰지도 못하는 높은 침대를 샀다고 구박 아닌 구박을 했다. 그런데 그 침대에 혼자 하루 자보니 마음이 바뀐다. 그 높고 폭신한 침대에 뒹굴뒹굴하며 자고 난 다음날 "침대 잘 샀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오늘은 세 번째 금요일이다. 첫 번째 금요일에는 웹툰 보는 걸 멈추지 못하고 새벽 3시까지 놀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서 전등을 환하게 켠 채로 놀아본게 너무 오랜만이라 절제가 되지 않은거다. 둘째는 아침에 내가 일어나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기상시간은 똑같았고 그 덕에 일주일을 피곤하게 보내야 했다. 당연한 결과로 두 번째 금요일은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일찍 자버렸다. 오늘은 누워서 침대의 폭신함을 즐기다 적당히 자야겠다. 그런데 몸이 너무 쌩쌩해서 일찍 잘 수 있을까 모르겠다. 금요일 밤이 정말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