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들 중에 이만큼 이쁜 것이 있었나?'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가 히데코를 씻겨주며 속으로 하는 말이다. 이 대사를 쓴 정서경 작가님은 시나리오를 쓸 때 둘째 아이가 걸어 다닐 쯤이었고 사랑이 뭔지 이제 알 거 같은 시기였다고 한다. 숙희가 히데코에게 느끼는 마음이 이런 거라면 그건 사랑일 수밖에 없다.
확실히 둘째는 한결 여유롭다. 애가 떼를 써도 울어도 전전긍긍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할 수 있다. 그런 점이 아이의 예민함을 줄여주는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순하다.
잠
첫째는 전형적인 엄마 껌딱지 아이였다. 15개월까지 업어서 재워야 했고 4살이 될 때까지는 혼자선 절대 잠들지 않았다. 자다가도 몇 번이고 일어나서 나를 찾는 통해 항상 대기상태로 있어야 했다. 첫째와의 육아에선 '재우기'가 가장 어려웠다. 그런데 둘째는 잠을 정말 잘잔다. 5개월부터 7시간을 자더니 금방 통잠으로 바뀌고 쭉 잘잔다. 여기서 포인트는 재우는 것도 쉽다는 거다. 그 흔한 공갈젖꼭지 한번 써보지 않았다. 안아서 건 누워서 건 자장가 몇 번이면 금방 잠들더니 이제는 졸리면 침대로 가자고 손을 잡고 이끈다. "커~커~"소리와 함께 고개를 한껏 눕히면서 자러 가자고 할 때마다 귀여워 죽겠다. 진짜 졸릴 땐 바닥에 그냥 누워버리거나 혼자 어두컴컴한 침대에 올라가 있다.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하다.
놀기
엄마랑 붙어있으려 하기보단 누나 쫓아다니느라 바쁘고 혼자서도 잘 논다. 아빠도 무척 좋아해서 내가 옆에 딱 붙어서 놀아주는 시간이 별로 없다. "엄마를 가장 좋아하지만 놀거리는 아주 많아!" 이런 느낌이다.
첫째는 하루 종일 붙어서 놀아주느라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 아직 말도 잘 안 통할 때라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늘 고민스러웠다. 덕분에 온갖 국민 육아 템 장난감은 다 구매했었는데 몇 번 만져보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둘째는 그 장난감들이 왜 국민 육아 템인지 알게 해 준다. 조용하다 싶으면 이것저것 돌아가면서 눌러도 보고 소리도 들어보면서 집중해서 놀고 있다.
워낙 혼자서도 잘 놀길래 왜 그럴까? 뭐가 다른 걸까? 생각을 해봤다. 성격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다양한 장난감과 첫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첫째가 자라면서 모아 온 장난감들이 둘째에게는 처음부터 다 있었으니 이것저것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다. 여기다 늘 재밌게 놀고 있는 누나까지 있으니 심심할 틈이 없나 보다.
그리고 공룡이랑 자동차를 정말로 좋아한다. 보통 아들들은 공룡이나 자동차를 좋아해서 그걸로 한글을 뗄 정도라고 하더니 둘째도 그렇다. 첫째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이 나였다면 둘째는 일단 아무 자동차나 공룡만 주면 행복하다.
먹기
이것 또한 나에겐 신세계였다. 주는 데로 먹는다. 딱 하나 두부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 말고는 다 먹는다.
콩나물 무침에 밥 비벼서 주고 호박 볶아서 반찬으로 줘도 먹는다. 이유식을 잘해서 먹이면 편식이 없다더니 첫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첫째는 시판 이유식을 안 먹어서 매끼 4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도록 직접 만들어서 먹였지만 편식쟁이다. 지금은 그래도 야채를 조금 먹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딱 흰밥, 두부, 치즈, 김만 먹었다. 둘째는 시판 이유식도 잘 먹더니 지금도 이것저것 잘 먹는다. 밥 먹는 시간만 되면 배 두드리면서 밥 달라고 난리가 난다. "물 더 줘", "나도 줘" "밥" "까까", "우유" 등등 말도 먹는 것과 관련된 걸 제일 잘한다.
더 빨리 먹고 싶나 보다.
떼쓰기
엄청 순하더니 좀 컸다고 떼가 늘었다. 그래도 첫째를 키우며 단련된 우리에겐 그저 귀여울 뿐이다. 우리 부부는 첫째를 어떻게든 눕혀서 재워보려고 울렸다가 2시간 가까이 목이 터져라 우는 걸 보고 쭉 업어서 재웠다.
둘째는 요즘 원하는 걸 못 가지면 바로 울어버리긴 하는데 우는 것도 너무 귀엽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 입이 삐죽거리는데 진짜 사랑스럽다. 울음도 짧고 기분도 금방 좋아져서 그런지 가끔은 일부러 울리고 싶다. 주위에 둘째 엄마들이 둘째는 우는 것도 이쁘다더니 정말이다.
둘째에 관해서 이것저것 나눠서 생각해 봤지만 사실 존재만으로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침에 일어나서 벽에 비친 햇빛에 우와 하며 감탄하는 것도, 밥 먹자고 할 때마다 춤추는 것도, "누나다~"하며 쫒았다니는 것도 너무 이쁘다. 그냥 다 사랑스럽다. 매일매일 사랑스러워서 "아이 예뻐라" 소리를 달고 산다.
정서경 작가님처럼 이제 사랑이 뭔지 알 거 같다. 물론 이 말은 둘째가 태어나고 한결 여유로워지면서 두 아이가 다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게 느껴진다는 거지 둘째만 이쁘다는 건 아니다. 혹시 나중에 첫째가 이 글을 읽고 둘째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돼서 조금 더 써본다. 나에겐 둘 다 똑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애들은 내가 얼마나 자기들을 사랑하는지 모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