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버스의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나오셨지만 둘째는 울지 않았다. 심지어 살며시 웃으며 선생님의 품에 안기고는 자리에 얌전히 앉는다. 그리고 유치원 버스는 떠났다. 드디어 나에게 완전한 자유시간이 생겼다.!
락다운이 풀리고 첫째가 유치원에 가기 시작했을 때 둘째도 같이 보낼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둘째라서 그런 건지 너무 아기 같아서 보낼 수가 없었다. 첫째는 돌이 지나고부터 재밌게 다녀서 둘째도 일찍 기관에 보내도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가 않았다. 나랑 둘이서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는 둘째에게 나와 딱 붙어서 산책도 하고 재밌게 노는 경험을 해주고 싶기도 했다. 10월 한 달은 정말 재밌게 놀았다. 둘째는 어딜 가든 우와 우와 하면서 좋아했다. 아이 둘을 신경 쓰면서 걷는 거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둘째만 데리고 유모차를 끄는 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꽤 먼 거리를 유모차를 끌고 이리저리 다니기를 한 달 정도 하고 나니 둘째가 슬슬 지겨워하는 게 보였다. '집에는 들어가기 싫고 어디는 나가야 하는데 매일 보던 거니 재미없다.' 왠지 둘째의 마음이 이런 거 같았다. 나도 슬슬 지겨워지고 있었다. 매일 마트랑 쇼핑몰을 왔다 갔다 하는데 아이에게 좋을까 싶었다. 그런데 마침 유치원 원장님께 연락이 왔다. 첫째가 다니는 곳과 다른 유치원인데 상담을 가려다 못 간 곳이었다.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보다는 좀 더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이곳 한인들 사이에선 밥이 정말 잘 나온다고 유명한 곳이었다. 홀리듯이 선생님과 상담 날짜를 잡고 남편과 함께 방문했다.
주위 엄마들한테 들었던 것처럼 아늑하고 아기자기했다.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이 학교 같은 느낌이라면 이곳은 좀 더 어린이집 같은 분위기다. 둘 다 유치원이고 커리큘럼도 비슷하겠지만 전반적인 느낌이 그랬다. 그리고 밥에 관한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냉동식품 없고 전부 직접 만드신다는 걸 말씀하시며 아이들이 골고루 잘 먹는다고 자랑하시는 모습에 이곳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첫째는 국제학교를 가야 하는 입장이라 어떤 수업을 하는지가 궁금했다면 둘째는 밥을 잘 먹고 낮잠을 잘 자는 것처럼 기본적인 보육에 중점을 두고 생각했다. 좀 더 생각해보겠다 이런 말도 없이 바로 다음날부터 등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12월 1일, 둘째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적응을 쉽게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한 달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처음 일주일은 두 시간씩 보내고 그다음 일주일은 점심까지 먹이고 오면 적응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기라는 복병이 있었다. 3 일가고 일주일 쉬고 며칠 가고 또 쉬고 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런데 자꾸 쉬긴 했지만 둘째가 유치원을 싫어하진 않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원장 선생님 내외를 좋아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역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 구나 싶었던게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 유치원 며칠 가지도 않았는데 밥먹을 땐 꼭 수저로 먹고 그림도 스케치북에 그렸다. 가르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듣는 둥 마는둥 하더니 유치원 다니고는 바로 고쳐졌다. 이런거보면 참 신기하다.
1월 3일, 새해 첫 등원 날 둘째는 어김없이 울었다. 울면서 차 타고 가는 둘째를 보면서 이러다 못 보내는 거 아닌가 싶었다. 원장 선생님께서 아이가 잘 놀고 있고 밥도 무척 잘 먹는다며 안심시켜주시지 않았다면 기다리는 내내 후회하며 고민했을 거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진 않아서 언제나 데리러 갈 수 있도록 휴대폰을 꼭 붙들고 있었다. 그다음 날도 똑같았다. 여전히 갈 때 울고 하원할 땐 삐져있어서 달래주기 바빴다.
그런데 셋째 날 아침 아이가 좀 느긋해 보였다. 둘째가 "빨리 나가자~"고 말하는 게 유치원 가는 걸 알고서 말하는 거 같았다. 유치원 버스가 오고 선생님이 보여도 울지 않았다. 얌전히 안겨서 친구 옆에 살포시 앉았다. 그러더니 정말 등원을 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같이 기다리던 첫째와 방방 뛰며 좋아했다. 하원할 때도 삐져있지 않았다. 첫째 둘째 날은 입이 한껏 나와서는 나 삐졌다를 온몸으로 보여주더니 이날은 반가워하며 안아달라고 손을 쭉 뻗었다. 심지어는 "재밌었어~"라고 말했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한 거다!! 우와 우와 이때야 비로소 애가 유치원에 적응한 게 실감이 났다. 당연히 다음날도 즐거워하며 등원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다.
둘째의 꼭 붙이고 말겠다는 야무진 손모양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너무 오랜만에 생긴 자유라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계획만 거창하게 잡아놨다. 다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더 배우고 말레이시아도 즐길 수 있도록 새해도 알차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