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너와 나의 생일

by 리나

둘째는 내 생일 다음날이 생일이다. 나는 2월 16일 둘째는 2월 17일. 아이를 낳고 내 생일은 앞으로 내 아들의 생일을 준비하는 날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원래도 생일에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냥 애들 생일을 즐겁게 해주는 게 더 좋았다. 그래도 올해는 좀 재밌게 보내볼까 기대를 했다. 30대 중반이 되었고 올해는 남편과 만난 지 10년 차니까 기념할게 많은 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육아는 정말 예상을 할 수가 없다.




둘째의 생일을 한 주 앞두고서야 어린이집에서 진행될 생일파티에 답례품을 보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반 아이들이 7명이니까 아기들을 위한 작고 예쁜 선물상자 7개를 만들어야 했다. 첫째 유치원에는 보내지 않아서 둘째도 케이크만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주말을 둘째의 생일파티 준비와 한주를 즐겁게 보낼 계획을 하며 보내고 있었는데 둘째에게 열이 나기 시작했다. 사실 어느 정도 감기 기운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같은 반 아이 몇 명이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감기가 아니었다.


일요일 아침 둘째에게 미열이 나고 콧물이 조금 있어 병원을 갔다. 목이 부어서 열이 나겠거니 했던 내 생각과 다르게 의사 선생님은 코만 살짝 부었다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별거 아니니 이틀 정도 쉬면 생일 파티는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날 저녁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40도라니 40도라니. 둘째가 12개월쯤 열 때문에 대학병원에 6일을 입원했던 터라 나는 둘째한테 열나는 게 제일 무섭다. 그런데 고열이 시작된 거다. 코로나는 아니었고 다른 병원을 갔지만 특별히 열이 날 만한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약과 해열제를 먹이며 둘째의 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4일간 열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어도 38도. 금방 39도가 넘어갔다. 당연히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잠을 못 자는 건 그래도 괜찮았다. 밤마다 잠든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는데 날이 갈수록 아이의 거부가 심해졌다. 엄마 엄마하고 우는 걸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당연히 내 생일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생일 축하한다는 친구들의 연락은 기뻤지만 그때뿐이었다. 다행히 39도가 넘어가는 고열일 때 빼곤 둘째는 잘 놀았고 깨어있을 땐 약도 잘 먹어주었다. 12개월 땐 약 먹는 자체를 거부해서 입원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아서 집에 있을 수 있었다.


12월 17일 둘째의 생일날 생일선물을 받은 것처럼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5일 만에 체온계에서 37도라는 숫자를 봤다. 추가 검사를 진행하려던 차에 열이 떨어져서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자 바로 생일을 이렇게 조용히 넘어가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케이크를 사 오겠다고 해서 아이에게 초는 불어보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지만 뭔가가 조금 섭섭했다. 그건 내 생일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퇴근한 남편의 손에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남편과 사귄 첫해에 받아보고 10년 만에 받았다. 생일선물을 미리 받은 터라 무언가를 더 준비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아서 정말 엄청 감동했다. 남편이 꽃을 사는 성격이 아닌데 내 생일날 회사 일로 밤늦게 온 게 미안했던 거 같다. 아무튼 정말 기뻤다.




열이 완전히 떨어진 건 이틀이나 더 지나서였다. 둘째가 가장 힘들었지만 첫째도 일주일간 속상했을 거다. 놀이터에서 놀지도 못하고 집에서는 엄마의 관심도 전혀 못 받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첫째를 위한 날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언니들과 수영도 하고 피자도 시켜먹으며 세상 재밌게 하루를 보내게 해 줬다. 힘든 한 주였는데 아이가 건강해지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이제 열은 정말 안 났으면 한다. 가능하면 감기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아마 모든 부모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